[한국금융 DNA, 10活10廢] 출혈경쟁에 벼랑몰린 카드사 새 수익원 발굴 과제

입력 2014-03-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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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알선•통신판매 제한 부수 업무범위 생활 연계 ‘토털시스템’ 개발로 폭 넓혀야

카드 대란 이후 부실 자산이 줄어들고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기 전까지 신용카드업은 ‘황금알을 낳는 장사’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 카드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여파가 신용카드업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신용카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들은 카드 대출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했고 전통적인 수익창출 채널이었던 신용판매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어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판매로 수익을 남기기 힘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금리 및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이 더해지면서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무 범위’ 확대로 ‘운신의 폭’ 넓혀야 = 2013년 4월 출범한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누적 순익은 1조7330억원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업계는 순익 1조원을 넘기는 상황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현금성 리볼빙 제한, 카드론 등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비롯해 경기 위축에 따른 카드의 이용실적 증가세 둔화 및 카드대출 이용 감소, 여기에 카드 정보 유출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숙기는 투입비용은 많고 버티지 못하는 경쟁자는 도태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지난해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442조5049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8년 11.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카드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무 범위 확대 및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가령 매출 정보를 활용한 컨설팅 및 금융교육 서비스 제공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수익사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은 “신용카드를 일상적인 소비생활과 연계해 정보와 지식 그리고 관련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토털 라이프 케어 시스템(Tatal Life Care Cystem)’으로 탈바꿈하면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 범위가 제한되고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업계의 오랜 숙원은 부수업무를 ‘네거티브(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부수업무 규제 방식을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위원회가 정한 부수업무만을 할 수 있는데 여행 알선, 통신판매, 보험대리 등만 가능하다.

이장균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 팀장은 “시장의 파이가 제한된 상태에서 중소 카드사들은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각 카드사마다 영업 전략의 강점이 다른 만큼 독자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개발해 진출하도록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으로 고객 ‘신뢰’ 회복해야 =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1차적 책임은 수익 창출이지만 수익 창출은 고객만족이 실현됐을 때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카드 산업은 무형의 상품을 취급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회공헌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 형성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사회공헌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기업의 경제적 성과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수익창출과 연결해 성공한 사례는 198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유의 여신상 보수기금 마련 캠페인’에서 볼 수 있다.

당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자사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가입 1건당 1달러를 보수기금으로 기부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3개월 동안 총 170만 달러가 모금됐고 전년 대비 카드 이용률이 28%, 카드 발행 매수도 45%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 및 비용절감 등 경영 내실화에 중점을 두면서 합리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면서 “카드업계의 신뢰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 노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민간소비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66%를 넘어선다. 카드대란이 불거질 때마다 온 국민이 난리법석인 이유다. 카드시장은 규모 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허술한 보안, 과도한 출혈경쟁, 소비자 권익 축소 등 질적인 성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카드업계가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상 초유의 고객정보 유출… ‘허술한 보안·기본 규정 무시’ 예견된 일 = 올 초 발생한 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는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KB국민카드 5300만건, 롯데카드 2600만건, NH농협카드 2500만건 등 총 1억400만건(중복포함)에 달했다.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번 보안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 감독규정을 개정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지만 이후에도 보안 사고는 계속 터졌다. 이는 금융사가 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사건이 단순히 USB 불법 복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만큼 카드사의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보안사고가 반복됐지만 금융회사 경영진이나 직원들의 보안 의식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관련 업무도 주춤할 가능성이 커졌다.

빅데이터 사업은 금융소비자들의 결제 동향 등 소비 트렌드를 취합하고 분석해 이에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를 언급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빅데이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철저한 데이터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살 깎아먹기 경쟁 여전… 소비자 권익 축소로 이어져 = 카드사들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도하게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관행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쓴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에만 총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신용판매 수익의 33.3%를 차지하는 셈이다.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은 거의 전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 간 적정 수준의 경쟁은 카드 이용고객에게 혜택으로 돌아오지만 경쟁이 지나쳐 출혈경쟁으로 번지면 2003년 카드 사태처럼 국가경제 전체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지도 경쟁에 매몰된 카드사들이 정작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부가서비스 문제는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었다. 일부 카드사들이 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과도하게 제공했던 부가서비스를 슬그머니 종료하자, 금융당국이 부가서비스를 최대 5년 이상으로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축소해왔다.

실제 국민·신한·삼성·현대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혜택이 많은 카드는 신규발급을 중단하거나 기존 카드도 포인트 적립 비율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혜택을 줄였다.

이 같은 현상은 카드사들의 수익악화와 업체 간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자산기준 하위 30% 업체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로 상위 30% 업체(1.5%)와 큰 격차를 보였다. 비 은행 금융업종과 비교했을 때 카드사의 업체 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카드사의 ROA는 2010년 5.45%로 단기 고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3분기 말 1.20%까지 하락했다. 은행 ROA와 비교했을 때 카드사의 ROA는 2009년 은행의 11.0배에서 2013년 3분기 말 현재 4.0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할부금융사가 4.4배에서 3.1배로 소폭 하락하고 리스사는 3.2배에서 4.5배로 상승한 것과 비교해서 가파른 움직임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시장은 더 이상 가맹점을 늘릴 곳이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라며 “카드가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효율적인지 다시 고민하고 과도한 부가서비스 경쟁을 지양하는 등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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