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1년 한국경제] 대통령 ‘깨알 리더십’·막강 파워 靑…장관들, 令이 안선다

입력 2014-03-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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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실국장 인사까지 관여…장관 역할·위상 축소 ‘존재감 없는 존재’로

“세종시로 내려와서 업무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실·국장 인사까지 청와대에서 챙겨는 바람에 인사 적체도 심해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아 후배들 보기 안쓰럽다.”-A부처 A국장

“대변인 인사를 청와대에서 고참 국장으로 선임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전 대변인을 지냈던 국장이 다시 내려와야 할 상황이다. 대변인 인사까지 청와대에서 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B부처 B국장

“책임장관제가 무색할 정도로 청와대의 관여가 너무 심한 것 같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때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대폭적 수정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의 힘만 빠지게 한 사건이다.”-C부처 C과장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책임장관제를 두고 지난 1년 동안 전혀 지키지 않아 관가에서는 말들이 무성하다.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청와대의 인사 간섭이 더 심해져 각 부처 공무원들이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각 부처 실·국장 인사는 땜질식 인사여서 장관이 책임 있게 부처를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입만 바라본 존재감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정 총리가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할 때 해임건의권을 행사한 것밖에 더 있느냐”는 말이 공무원 사회에서 나돌 정도다.

현 부총리도 책임장관제가 무색할 정도로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제혁신 3개년 개혁 발표 때 청와대에 들어갈 때까지 대통령이 대폭 수정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을 주도할 현 부총리가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에 다른 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전혀 믿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또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자격논란을 야당이 제기했을 때도 현 부총리는 제청권자로서 크게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정 총리와 현 부총리는 인사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정책 결정도 스스로 하기보다는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얼굴 마담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장관제가 무색해지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깨알 리더십’, ‘직할 리더십’이라고 불릴 정도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박근혜 수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불통 인사와 국정주도권을 쥔 청와대가 한몫하면서 각 부처 장관들은 부처 인사에서 거의 소외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취임 초인 지난해 3월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장관이 취임해서 새로운 자기 어젠다를 추구하면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 신뢰 정부는 공약 따로, 장관 어젠다 따로가 아니다”라고 밝혀 장관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대표적 사례로 기초연금과 관련해 진영 전 복지부 장관 사퇴 파동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진 전 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소신을 굽히지 않아 박 대통령과 부딪쳤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비판을 피해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진 전 장관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결국 정 총리를 통해 사표를 수리했다.

이 사태 이후 각 부처 장관들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축소돼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장관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책임장관제 실종으로 각 부처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각 부처 실·국장들이 세종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서울이나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업무효율성이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은 채 실·국장 따로 직원 따로 업무처리를 하다 보니 엇박자가 많이 나고 있다. 결국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그 어느 때보다 책임장관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밖에 산하기관장 인사도 청와대에서 일일이 관여하다 보니 부처 장관보다 힘 있는 실세 산하기관장이 내려와 부처에서 산하기관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인사권이라도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부처 장악과 정부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청와대가 너무 주도권을 잡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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