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외연 넓히는 ‘전경련’…양방향 소통 힘쏟는 ‘상의’

입력 2014-02-17 11:00 수정 2014-02-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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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양대단체 엇갈린 행보

우리나라 경제계의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위상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여 주목된다.

외견상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형성한 공통적인 담론은 ‘다양성 확보’다. 그동안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굳어진 이미지를 스스로 벗어 던지고 경제계의 입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대변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민주화란 패러다임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서 기인한다. 1년 전과 비교해 반기업 정서가 높아진 것도 이들 단체가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두 단체는 우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대표성을 강화한다. 전경련은 회원사 확대, 회장단 확충 등 외연을 넓히고, 대한상의의 경우 정책자문단을 통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 특히 전경련이 최근 비제조업 54개사에 입회 문호를 개방해 회원사를 총 554개사로 확대하자 대한상의는 경제, 기업정책·규제, 노동, 환경, 조세·재정, 금융, 무역·자유무역협정(FTA)의 7대 분야를 다루는 ‘40인 정책자문단’을 출범시키는 등 경쟁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추락한 위상 살리자”… 다시 뛰는 허창수

SM엔터·스타벅스·하나투어… 다양한 업종 54개사 가입 승인

이중근 등 막바지 영입 작업… 이달 20일께 회장단 개편 확정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고심 끝에 지난해 3월 회장단의 연임 제의를 수락했다. 허 회장은 당시 ‘전경련의 변화’를 강조하며 상근부회장 교체, 조직개편, 전경련 발전특별위원회 구성 등 혁신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작년에 열린 회장단 회의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 5월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회장단 회의에는 불참했고, 이후 진행된 정홍원 국무총리 만찬에만 참석했다.

‘허창수 2기’의 대외 행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지난해 4월 경제4단체와 함께 국회를 방문해 여당 지도부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신중을 당부했지만 바로 다음날 하도급법 개정안, 정년 60세 연장법 등이 줄통과 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전경련 등의 국회 방문은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나왔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자 지난해 11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회장단을 기존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대폭 보강하고, 서비스업종, 중견기업 등으로 회원사를 확충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회원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전략본부장(사장단)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장단 회의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해 대응 방안을 만들고 회장단 회의에서 이를 검토한 후 채택하게 된다.

전경련은 이달 20일 정기총회에서 회장단 개편을 확정한다. 전경련은 현재 이중근 부영 회장, 이수영 OCI 회장, 장형진 영풍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영훈 대성 회장,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 9명의 총수를 대상으로 막바지 영입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하나투어, 삼일회계법인, SPC그룹, 스타벅스, 형지 등 다양한 기업과 업종 단체 등 54개사의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전경련의 이러한 변화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는 비판과 함께 추락한 위상을 새로 다지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장단을 보강하고 회원사를 늘리는 것보다 사회적인 불신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단순한 외연 확대에 머물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장단 신규 인물 영입이 쉽지 않고,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 기업인 네이버, 다음 등이 회원사 가입을 고사한 것으로 안다”며 “전경련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위보다 소통·대화”… 주목 받는 박용만

민간 출신 전문가 직접 러브콜 ‘40인 자문단’ 구성 공정성 확보

여야 정책대표 초청 정기간담회… 정치권과의 소통 행보도 강화

‘양방향’으로 대표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소통 행보는 기존의 재계와 달라 주목받고 있다.

박 회장이 지난 13일 전문가 40인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구성한 것은 소통 행보에 객관성을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단체가 국회에 일방적으로 ‘들어달라’고 외치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인의 구성이 주목받고 있다. 조동철·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같은 국책연구기관 소속뿐 아니라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 비정부기관 인사와 송의영 서강대 교수, 김종석 홍익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 함준호 연세대 교수 등 민간기관 출신으로 다양성을 확보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일부 인사들에게는 직접 러브콜을 했을 정도로 전문성을 통한 공신력, 다양성을 통한 공정성 확보에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문단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건의’를 통해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한 달여간 전국상의와 회원기업을 통해 발굴한 건의과제 100여건을 자문단 회의에 회부한 뒤 17일 오전 청와대, 정부,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건의에는 기업 투자의 장기 지속을 위한 정부 정책 방향과 함께 노동,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분야에서 다양한 건의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의 이번 소통 행보는 평소 ‘트위터’를 애용하는 대표 기업인인 박 회장의 취임부터 예고돼 왔다.

전경련이 지난해 12월 다른 45곳의 경제단체와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요구하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실었을 때 박 회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간 대한상의가 전경련 주도의 광고에 참여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일방적인 광고가 (국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가 일방향보다는 양방향 소통에 방점을 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이후 여야 정책 대표자와의 정기 간담회 개최를 직접 추진했다. 특히 재계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여당보다는 야당과의 간담회 추진에 더 힘을 실었다.

박 회장의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는 올해부터 결실을 보고 있다. 대한상의는 오는 26일에 서울 중구 세종대로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주제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새누리당의 정책 방향’이다. 이어 다음달에는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정치권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일부에서는 박 회장의 소통 방식을 두고 그를 이단아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그러나 재계가 폐쇄적인 권위보다는 소통, 대화에 방점을 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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