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유재석, 어느 대학 나왔나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2-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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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난리입니다. 어떤 대학은 추천할당을 많이 받았다며, 또 어떤 대학은 학생수 대비 추천할당 인원에서 수위를 차지했다며 자랑하더군요. 일부 단체와 언론은 “능력중심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라며 찬사를 보내더군요. 그런데 한편에선 “오만방자와 방약무인, 전 세계 유례없는 일이고 명문대의 서열이 삼성 할당제 숫자로 바뀌고, 각 대학은 할당 숫자를 늘리기 위한 대 삼성 로비에 나설 것”(서울대 조국교수) “대학 서열화, 대학의 취업사관학교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반대하고 거부 한다”(고려대 총학생회)등 비판도 쏟아집니다.

삼성이‘열린 채용’을 표방하며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선안으로 추진한 대학총장추천제입니다. 삼성의 대학총장추천제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서열화에 기반 한 ‘닫힌 채용’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삼성은 학벌, 지역, 성별을 불문하고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 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계속해서 연구, 검토해 나가겠다”를 발표를 하면서요. 그런데 삼성이 통고한 대학총장추천할당 숫자를 한번 보시지요.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 한양대 110명, 연세대 고려대 경북대 100명, 부산대 90명, 인하대 70명, 경희대 60명, 건국대 50명 순입니다. 이대 30명, 숙대 20명, 덕성여대 10명, 전남대 40명, 전북대 30명입니다. 이쯤 되니 학벌, 지역, 성별 불문한다는 삼성의 해명성 선언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라는 비판을 받을 만 하지요.

삼성은 다시 한 번 대학서열화와 학벌공화국을 견고하게 하는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학벌이 현대판 카스트’라는 어두운 현실을 환기시켜줍니다. 삼성 채용안은 김상봉 전남대 교수가 ‘학벌사회’에서 주장하듯 중세의 신분제가 계층이동의 상한선을 규정했다면 이제 한국 사회는 학벌이 취업, 승진, 결혼을 포함한 계층이동의 준거가 된다는 것을 각인시켜줬습니다.

학벌지상주의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배제한 채 학벌이라는 간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행태입니다. 학벌주의가 얼마나 만연했으면 한국교육개발원이 학부모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서 성공·출세 요인으로 학벌과 연줄을 꼽은 학부모 비율이 2006년 33.8%에서 2008년 39.5%, 2010년 48.1%로 매년 급증할까요.

삼성 채용안으로‘대한민국은 학벌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 한 배우의 한마디가 가슴을 때립니다.“송강호에게 출신대학을 묻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송강호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모른다. 연기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은 배우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거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서울대 출신 배우로 생각하면 내가 연기를 못하고 있는 거다.” 배우 정진영의 말입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10월28일 열린 삼성의 신경영 20주년 기념만찬장에서 노래를 부른 조용필은 대학 근처에도 가지 못한 고졸 출신 가수지만 그에게 그 누구도 출신 대학을 묻지 않습니다. 그의 가창력과 음악성 등 빼어난 실력이 조용필의 본질이기 때문이지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행 실력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MC 유재석도, 연기력 하나로 8000만 관객을 동원한 최고 배우 송강호도 대학을 중퇴한 고졸 연예인입니다. 하지만 정진영의 말처럼 그 누구도 송강호에게, 그리고 유재석에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묻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출신 대학이 아닌 실력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출신 연기자 이순재가 연기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은 서울대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연기력이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삼성 총장추천할당제는 ‘서울대 공화국’‘SKY(서울대 고대 연대)지상주의’로 대변되는 학벌사회를 심화시켰습니다. 삼성이 진정 열린 채용을 하려면 어느 대학 출신인지도 묻지 않고 실력만으로 유재석과 송강호, 조용필을 스타로 부상시킨 대중의 상식과 양식을 체득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 번 학벌체제와 승자독식이 견고하게 지배하고 패자부활전마저 허용되지 않은 일그러진 대한민국 자화상을 살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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