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기초선거 공천폐지 논란은 이전투구

입력 2014-01-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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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정치란 사회적 이익 갈등을 제도라는 틀 내에서 최소화시키는 행위다. 그래서 정치는 갈등을 먹고사는 존재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갈등을 유발해 스스로 먹고사는 일종의 ‘자가 발전적 존재’처럼 보인다.

지금의 기초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보더라도 그렇다. 새누리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죽어도 못 받아들이겠다는 것이고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에 목숨 걸고 있다. 여기에 질세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정당공천 폐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해산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이 문제가 이토록 중요한 문제인지 정말 몰랐을 거다. 솔직히 일반 유권자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의원 후보 중 누구를 찍었는지 대부분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슈에 정치권이 목숨 걸고 달려드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새누리당은 두 가지 이유로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선 선거 전략상 정당공천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3당 구도로 치르기를 원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그리고 자신들 이렇게 3파전으로 선거를 치러야만 야권 표가 갈라져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기초단위의 선거에서 정당공천이 필요하다. 즉 바닥부터 3자 구도로 선거를 몰아가야 승산이 확실해진다는 말이다.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이유는 또 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많은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 얘기는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의지할 곳은 오직 정당 브랜드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새누리당은 현직 프리미엄도 없는 상태에서 처절한 백병전을 치러야만 한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목숨 걸고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우선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이 폐지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 후보들의 난립에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후보가 난립할수록 현직 프리미엄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을 공약도 지키지 않는 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며 선거 구도를 정권 심판 구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공천 폐지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안 의원 측의 계산은 조금 다르다. 창당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봐서는 ‘그럴 듯한 인물’이 자신들에게 합류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줄 투표를 하게 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정당공천 폐지로 여당을 압박하는 것이 이래저래 이득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각 정파는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른바 ‘새 정치’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새 정치를 위해서는 확실한 명분을 위해 때로는 깨지고 쓰러지는 모습도 보여야 하지만, 지금 어느 정파도 그렇게 할 각오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야당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막고 돈 공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당공천 폐지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는 분명 맞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는 정당공천 문제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기초단체의 재정 독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정당공천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음성적 돈 거래도 근절하기 어렵다. 정당공천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초단체 후보자들은 선거를 위해 기존 정당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해당 지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은 총선을 대비해 유력한 후보자를 밀어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런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존재하는 한 음성적 돈 문제는 사라지기 힘들다.

이래저래 기초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정파 간 이전투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런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언제까지 봐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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