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제네시스 "우아한…그러나 강렬한"

입력 2014-01-10 07:05 수정 2014-01-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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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네시스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 덕에 네 바퀴가 노면을 붙잡는 힘이 일정하다. 반응 빠른 엔진 덕에 차 무게 중심을 앞뒤로 이동해가며 코너를 집어삼키는 재미가 솔솔하다. (사진=현대차)

제네시스는 이 시대 현대차의 정점을 상징한다. 윗급 에쿠스와 존재의 당위성이 다르다. 브랜드 이미지 리더로서, 제네시스의 역할이 더 크다.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부지런히 팔려나가 현대차 영업이익에 도움을 주는 차가 아니다. 상징적 의미가 큰 탓에 신형 제네시스의 성패 여부에 따라 향후 현대차 글로벌 고급차 전략이 판가름 날 것이다.

신형 제네시스의 갖가지 첨단장비는 이 시대 현대차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새 차는 2차원의 사진으로 봤을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눈 앞에 선 제네시스는 면과 면, 선과 선이 오롯이 만나는 포인트에 3차원적 볼륨감을 가득 숨기고 있었다. 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음영의 변화도 제네시스의 매력이다.

전반적인 겉모습은 보수적인 디자인을 앞세웠던 1세대와 달리 한결 공격적이다. 이 시대 현대차의 색깔을 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등장할 신형 에쿠스도 이런 모습일까. 제네시스를 품에 넣고 이리저리 에쿠스와 그랜저를 그려내는 재미가 솔솔하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이곳 저곳 비어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본능적으로 빈공간을 그냥 두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선을 그어 넣거나 포인트를 준다.

그러나 신형 제네시스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절제의 미를 추구했다. 디자인 곳곳에 빈공간이 의외로 많은 이유는 알길이 없다. 오묘한 속내는 여전히 궁금증만 남긴다.

다만 2.0 세대로 접어든 현대차의 디자인 테마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한 단계 성숙했다. 유연한 역동성을 추구했던 디자인은 이제 절제와 역동성으로 방점을 조금 더 옮겨갔다.

'재규어를 닮았네, BMW와 비슷하다' 등 어설프게 디자인 평가를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난 디자인을 몰라요”를 언급하는것과 다를게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자동차를 개발하는 사람의 눈에, 신형 제네시스의 디자인은 비교 대상들과 전혀 다른 궤를 지녔다.

▲노면 충격을 겹겹이 막아내면서 엔진소음은 방음재보다 흡음재로 걸러냈다. 탄탄한 차체 강성은 독일차와 비교선상에 오를 만하다. 날카로운 핸들링 덕에 차 뒷부분(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앞바퀴 괘적을 끈덕지게 따라잡는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정갈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대시보드는 전체 레이아웃을 직선으로 삼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면에는 볼륨감을 얹었다.

차 앞에 달린 프론트 그릴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스티어링 휠은 점잖다. 난을 쳐올리듯 대시보드를 양옆으로 치켜 세웠던 과감한 디자인은 그랜저에서 정점을 이뤘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그 윗급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었다. 제네시스는 소비자 특히 이 차를 사정권에 둔 고객의 니즈를 받아들였다. 나무랄게 없는 인테리어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값비싼 대형 세단에 경박한 터치는 죄악이다.

일본 토요타와 혼다를 넘어선 감성품질은 이제 독일차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대시보드의 좁디좁은 틈 사이도 용납하지 않는다.

시승차는 V6 3.8 후륜구동 모델. 람다 3.8ℓ GDI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를 낸다. 혹평이 쏟아진 연비 9.0km는 차급과 성능을 감안할 때 모자람이 없는 수치다. 자동차에는 분명히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넘치는 출력과 넉넉한 차 크기, 우월한 존재감을 얻으면서 연비까지 같이 거머쥘 수는 없다.

▲코너의 정점에서 원심력에 의해 차체가 지긋이 잠긴다. 이 순간부터 머릿속에 그렸던 회전곡선을 고스란히 따라돈다. 기본적인 코너링은 소프트한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인다. 이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슬쩍 떼는 것만으로도 차 앞머리는 과격한 코너 안쪽을 파고 든다. 이른바 턱-인(tuck-in) 현상이다. 언더스티어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면서 운전자는 충분히 대응할만한 여지를 누릴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시프트 레버를 D레인지에 옮긴 다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니 차는 매끈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가속페달은 현대차 가운데 제법 묵직하다. 엔진 반응이 빠른 덕에 경쟁차보다 늘어난 차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숫자를 불러줘가며 알려주지 않는한 늘어난 차무게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차체 강성이 경쟁차 대비 38% 우수하고 기존 제네시스 대비 16%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새 모델의 엔진은 이전보다 출력을 줄였다. 수치는 줄었지만 도무지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차고 넘치며, 육중하고 거대한 토크는 매끈한 제네시스를 가볍게 이끈다.

굳이 트랙에 차를 던져넣지 않아도 핸들링은 만족할 만하다. 의도적으로 가운데로 모이려는 성질이 강했던 전동식 스티어링 휠은 선입견이 강했다. 그러나 신형 제네시스가 이를 말끔하게 걷어낸다. 거침없는 와인딩 로드를 감아채는 모습이 기특하다.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액션도 솔솔한 재미를 준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에서 '의도적인 감각'을 걷어낸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눌러 주행모드를 바꾸면 여느 전동식처럼 차체 몸놀림을 스스로 걸러내려는 모션이 드러난다. 수십년 유압식 스티어링 휠에 익숙한 탓이다. 그래도 어쩔텐가. 이게 추세라는데 내가 차에 몸을 맞추는 수밖에.

손끝에서 쫀득하게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 시프트'는 자꾸만 불필요한 조작을 부추긴다. 다만 손가락이 짧아서 자꾸만 레버를 놓친다. 차가 잘못이 아니다. 내 손가락이 짧은 거다.

기어박스 옆 버튼으로 차는 스포츠 모드로 돌변할 수 있다. 보다 과격한 몸놀림도 가능하다. 이때부터 에쿠스에 버금가는 준대형차는 내 손 끝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스포츠 세단이 된다.

▲시승차는 사륜구동 H-트랙이 아닌 FR(후륜구동) 방식이다. 거추장스러운 이질감 없이 후륜구동 고성능 세단의 전형적인 매력이 가득하다.

차고 넘치는 파워는 편도 5차선 자동차 도로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마음 먹은 곳으로 차를 펑~ 펑~ 던져 넣을 수도 있다. 가속과 제동력, 균형감각, 핸들링이 제 박자를 맞춰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8단이나 되는 기어는 바쁘게 움직인다. 부드러운 변속은 나무랄게 없지만 기어를 2단계씩 뛰어다니는 스킵시프트는 더딘 편. 내 몸이 이보다 간결한 7단 기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올 한해 국내외에서 6만여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신형 제네시스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지만 현대차가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혹평의 근원지 대부분은 제네시스를 사정권에 둘 수 없는 이들이다. 현금다발을 거머쥐고 제네시스를 손꼽아가며 기다렸던 이들은 여전히 이 차의 넘치는 매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독일산 콤팩트 세단을 2대째 갈아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 신형 제네시스는 어느새 사정권에 들어와 있었다. 독일차에 모자람이 없는 감성품질 역시 제네시스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어떤 상황에서나 우아하면서 강렬한 움직임, 나아가 이제 뚜렷하게 각인되기 시작한 고급차 이미지가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시승을 마칠 무렵, 제네시스 안에 우아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

행여 고속도로에서 신형 제네시스와 마주친다면 조용히 뒤를 따라가시길. 자칫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가 제네시스의 우아한 뒷모습을 감상할 기회조차 사라질지 모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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