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女風] 감성 경영·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별’을 달다

입력 2014-0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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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배려·포용 등 장점으로 부각… 여성 관리자에 대한 편견 등 숙제

최근 금융권 임원 인사에서 여성들이 대거 승진하고 있다.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임원 자리가 여성에 대한 재평가 이뤄지면서 승진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권위적 남성 리더십이 사회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인식과 함께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부드러움과 배려를 갖춘 여성적 리더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 리더십의 키워드는 공감과 부드러움, 섬세함이다. 배려, 포용, 감성도 여성이 남성보다 한 수 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성 리더들의 부상은 사회 경제적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사회적으로 ‘소통’이 화두가 되면서 감성이 풍부한 여성 리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창의적이고 협업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 시대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 여성 리더십 왜 주목받나 =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배려하는 리더십 속에서 발휘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눈에 띈다.

자기관리는 철저하면서도 누가 실수를 한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적이 없다는 평이다. 요직을 두루 거쳐 업무 파악이 빠르고 내부적으로도 신망이 두텁다.

권 행장은 임명 제청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질적으로 건전한 경영과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면에서 집중력 있고 디테일에 강한 행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농협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서장으로 선임된 문갑석 신임 수탁업무부장은 뛰어난 영업능력과 함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많은 성과를 이뤄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한 케이스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인사에서 유일한 여성 전무 승진자인 이인재 삼성카드 전무는 루슨트(Lucent)사 출신의 IT시스템 전문가로 IT 혁신을 통한 카드 IT시스템 선진화를 주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에서도 특유의 꼼꼼한 업무처리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그룹은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통해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조직에서 의사결정권을 갖고 조직 문화 변화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임원이 돼야 여성 인력에 대한 구조적 차별의 벽을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선정한 ‘성공하는 리더들이 갖춰야 할 9가지의 덕목’ 중 5가지는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 미국 포춘(Fortune)지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좋은 성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력한 구매의사 결정자로 부상한 여성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조직 내 여성의 시각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졌다. 이는 신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해야 하는 등 공격적 시장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성인력 활용이 잘되고 있다는 것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노동시장에 형성시켜 우수한 여성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불러온다.

◇ 유리천장은 뚫었지만 걸림돌 산적 =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승진이 늦은 이유는 필요한 경력을 가진 여성이 적기 때문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경력을 쌓고 승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멘토 관계의 형성인데, 여성의 경우 조직 내 특정 선임 관리자로부터 업무를 지도받고 정보를 제공받는 남성 관리자와 달리 멘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노동시간과 유연근무제 도입 비중이 낮은 경직된 근무환경도 여러 가지 역할을 요구받는 여성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많은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은 조화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돼 버렸다. 이러한 구조에서 여성들이 성장 비전을 갖고 동기 부여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성이 관리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근거 없는 선입견이라는 것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지만 여성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여성 리더가 조직에서 소수이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구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칸터의 ‘토큰(token) 이론’이 잘 설명하고 있다. 이는 여성 리더는 토큰적 지위 때문에 내가 잘못하면 앞으로 여성 인력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여성 리더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리더 위치에 오르는 혜택을 받았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성과를 내면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스스로 ‘야망 줄이기’를 경험하게 된다는 해석도 있다. 이때 의지가 부족해 보이게 되고 중요하고 도전적 과제를 부여받지 못하므로 더욱 야망을 키울 기회를 잃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결할 과제는 많지만 여성 할당제와 같은 인위적 채우기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성 리더십의 경우 아직 사례가 부족해 몇몇 실패가 ‘여성 리더의 한계’와 같은 성급한 일반화로 굳어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갑자기 사다리 위쪽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중간관리자 이상 급부터 차근차근 인재들이 양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인력 활용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직 내에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평가 기준을 바로잡고 지속적인 부서장 교육을 통해 여성 인력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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