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한국 떠난다]생산기지 매력 떨어지고 시너지도 별로…제조·금융사 썰물

입력 2013-12-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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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내수부진·규제 강화 ‘新 코리아 엑소더스’

“한국시장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외국계 금융기관 한 임원의 단언이다. 내수시장 부진에 인건비와 규제 증가로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악화되는 경영환경의 여파로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업 등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탈출 현상과 원인, 대책을 조명해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한국지엠은 이번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판결로 연간 수천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전망이다. 뉴시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인건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조립산업에 가장 큰 위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잔업이 많은 조립산업의 특성상 생산직 노동자의 연간 소득은 기본급 비율이 40% 정도이고 수당과 상여금이 60%”라며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나면 수당이 크게 증가해 생산시간 늘리는 것을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비용 증가, 글로벌 기업에 악재= 대법원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판결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한국지엠이다. 통상임금 확대로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철수설(說)’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통상임금 소송을 2심까지 진행했다. 법원은 1·2심에서 모두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지엠은 통상임금 확대로 내년부터 연간 1500억~2000억원가량의 추가 인건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에서 과거 3년치의 소급 청구를 인정하면 1조원에 달하는 임금 폭탄을 맞는다.

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키로 하면서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20% 이상 줄게 됐다. 수익성이 나빠지는 여건에서 생산비용이 늘면 GM의 ‘한국시장 단계적 철수’는 더 이상 ‘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프랑스 르노가 대주주인 르노삼성자동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은 지난달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임금이 비싸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공장에 생산 물량을 분배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파는 ‘QM3’를 수입 판매하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해 수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이 전형적인 하청기지 모델이 돼 점차 생산 물량이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원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GM과 르노는 유럽시장이 좋지 못한 경기적 측면이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에서 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제도나 정책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기지 이전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 역시 외국기업 이탈의 주된 원인= 국내의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경기 침체도 외국계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다.

한국 HSBC은행은 7월 국내 11개 지점 중 10곳을 폐쇄했다. 이 은행은 국내에서 소매금융은 철수하고 기업금융만 운용키로 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씨티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도 국내시장에서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SC은행은 현재 350개 지점을 250개로 25% 이상 줄일 예정이며 계열사 SC캐피탈, SC저축은행을 매각하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지점을 10% 이상 줄였으며 인력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HSBC와 SC는 비수익사업을 정리하며 핵심사업 위주의 사업 재편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SC의 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않아 더 이상 지주회사의 운영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외국기업 투자… 고용효과는 ‘0’= 최근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가 고용유발 효과가 적은 부문에 치중해 있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자동차그룹 총괄 회장은 지난달 첫 방한 때 선물 보따리를 가져왔다. 국내에 벤츠 연구개발(R&D) 코리아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센터의 인력 규모가 5명밖에 안 됐던 탓이다. 업계에서는 “벤츠가 마케팅용 R&D센터를 짓는다”는 쓴소리까지 나왔다.

GE헬스케어도 1억8000만 달러(2000억원)를 투자해 성남에 유방암 진단기기 R&D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하다. 이 회사는 오는 2018년까지 모두 8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을 두고 재계는 경직된 노사 관계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경직적 노사관계로 우리나라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2010년 기준 30.2일”이라며 “독일 0.7일, 홍콩 0.1일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4년 만에 감소했다. 외국계 회사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늘면서 FDI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줄어들 전망이다. 11월까지 신고기준 FDI는 128억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같은 기간 도착기준 FDI는 71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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