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류승우의 레버쿠젠 '위탁임대'

입력 2013-12-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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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유나이티드의 류승우가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임대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편법이다’, ‘꼼수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규정상 프로축구에서 신인 선수가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고 외국으로 진출할 경우 향후 5년간 K리그에 선수등록을 할 수 없다.

류승우는 지난 여름 20세 이하 월드컵 이후 레알 마드리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유럽 유수의 명문구단들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국내 프로행을 선택했다. 다소 의외였다. 나가고 싶어도 기량을 인정받지 못하면 나갈 수 없는 유럽인데다 그것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문팀들이 아닌가. 이를 감안하면 제주 입단 이후 불과 3일 만에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떠난다는 발표가 난 것은 다분히 의외다. 물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당사자만 안다. 본인이 꼼수나 편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상 합법인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임대 제도를 이용해 드래프트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이미 레버쿠젠의 제안을 받은 상태에서 나중을 위해 계획적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할 정도로 배짱있는(?) 선수라면 그 어떤 리그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실패하고 돌아올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입단 후 단 3일 만에 유럽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마음이 흔들렸을 정도로 의지가 약한 선수라면 미래가 오히려 더 불안해 보일 것 같다.

임대를 둘러싼 속사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제주는 통 큰 결정을 한 셈이 됐다. 구자철, 홍정호 등을 해외로 보낸 데 이어 비록 임대지만 제주 소속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를 유럽으로 보냈다. 다만 구단이 선수를 보내며 ‘위탁 임대’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아쉽다. 정확히 말하면 구단은 “선수 육성 차원에서 류승우를 레버쿠젠으로 위탁 임대 형식으로…(후략)”라는 말로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를 설명했다.

굳이 전세계 축구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임대’라는 표현 대신 ‘위탁 임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일반적인 임대와는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위탁이라는 말을 다르게 생각하면 마치 구단 스스로 선수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어 타구단으로 보내는 느낌마저 든다. 위탁 교육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선수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임대를 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그냥 임대라는 일반적인 표현이었으면 수긍하기 쉬웠을 것이다.

어차피 편법이나 꼼수라 한들 혹은 뒤늦게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되살아났다고 한들 이미 상황은 종료됐다. 이제 갓 만 20세에 접어든 선수인 만큼 어디서든 쓸모있는 선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도 앞으로 1년 동안 함께 배워 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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