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5大 의제]강성 노조와 무책임한 경영진의 ‘짬짜미’ 구조를 깨자

입력 2013-12-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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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단체협약으로 ‘제몫 늘리기’…정부지침 어긴 곳 117곳으로 전체 40%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리후생과 방만경영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빚 더미’에 오른 공기업의 고질적인 임원 연봉 상승과 성과급 잔치를 막기 위해선 노사 ‘짬짜미’ 단체협약과 그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295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아 정리한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 사례’ 자료에 따르면 295개 공공기관 중 ‘공공기관 운영 관련 법령 지침’ 등의 정부지침을 어긴 곳은 117곳으로, 전체의 40%에 달했다.

내용 또한 점입가경이다. 단체협약 중에는 조직개편과 정원 조정 때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등 공공기관 경영진의 인사·경영권을 간섭하거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벗어나는 과도한 휴가와 안식년·특별퇴직금 등이 들어 있는 곳이 많다. 또 1%의 초저금리로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고, 대학등록금을 무상 지원하는 등 방만경영을 부추기는 규정도 많다.

노사관계 부문의 경우 201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따라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졌음에도 단체협약을 한 노조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또 노조 전임자에 대한 최우선 인사처우를 보장한 단체협약을 한 공공기관도 적지 않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부모가 임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면 그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노사단체협약상에 명문화한, 이른바 고용 세습을 인정하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용세습을 단협에 명문화한 공공기관이 7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원자력환경공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한국환경공단, 농어촌공사, 대한지적공사, 부산대·서울대·강원대·전북대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가스기술공사, 보건사회연구원 등 13곳은 업무상 사망한 경우 단체협약서에 가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통제기술원, 시설안전공단,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체육산업개발, 해양과학기술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통일연구원 등 15곳의 경우 일반 사망일지라도 고용세습이 가능토록 규정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고용세습은 다수의 취업희망자를 좌절하게 만드는 현대판 음서제도로, 이는 귀족노조의 전형”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의원은 “2012년 말 공공기관 총부채 규모가 493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민적 우려가 크지만, 공기업은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철밥통과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노사 간 단체협약은 정부의 지침을 우선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운영지침을 벗어난 단체협약을 제재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수원지방법원은 ‘공공기관 종사자는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하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며, 정부의 각종 지침은 예산 편성의 일반적 기준일 뿐 이로 인해 기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판시를 내리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과도한 복리후생 등의 주요 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해 공공기관 관련 각종 지침 등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이 단체협약을 맺을 경우 사측이 정부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지침을 벗어나는 공공기관이 나올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경영평가 성적이 나쁘면 해당 기관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받기 힘들어지므로 간접적 구속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문제에 대해 이를 단체협약이나 인사규정에 명문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공기관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과 안식년 혜택도 금지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다음주 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기관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강성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부 가이드라인을 어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과급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자녀 일자리를 위해 고용세습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불협화음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리 혜택의 합리화를 위한 노사 간 자율적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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