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1대12 이니셔티브

입력 2013-12-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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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련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1대 12 이니셔티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 임원의 연봉 제한법이다. 규제가 적용되면 임원은 최저임금 직원보다 12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기고 급여를 지급하면 불법으로 규정,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고액 연봉자 임금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미 지난 3월 CEO 등 경영진의 기본급과 상여금 지급을 주주들이 투표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한 ‘민더 이니셔티브(Minder initiative)’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이번 발의는 빈부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됐다. 스위스 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스위스 고액 연봉자 임금은 39% 증가했다. 반면 중하위층 소득자는 6~9% 증가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 임금 격차는 스위스보다 더 심각하다.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는 물론 학력과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고소득과 저소득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위. 근로자 임금 수준을 9등급으로 나눌 때 2010년 한국의 1등급(상위 11%) 임금은 9등급(하위 11%)의 4.7배 수준이다. OECD 평균 임금 격차 3.1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졸과 고졸,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비교해 보면 2012년 정규직의 월평균 급여는 246만원인 데 비해 비정규직의 경우 139만원이었다. 정규직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논의 중이다. 그러나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자는 식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남녀 임금 격차인 ‘젠더 이니셔티브’ 역시 문제다. 2010년 국내 기준 격차는 39%나 돼 OECD 국가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자가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1만원 정도를 번다는 것.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임금 격차와 그에 따른 양극화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위스의 ‘1대 12 이니셔티브’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사실 스위스의 1대 12 이니셔티브 제도에 대한 실효성은 검증된 바가 없다. 실제로 스위스 경영자들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혹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안건을 계기로 스위스 국민들의 시각은 변화될 것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소득 격차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과 여성들의 차별대우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고소득층의 연봉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라리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처우 개선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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