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부에 등 떠밀린 대기업… 채용대신 그룹홍보 전락

입력 2013-11-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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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가보니 ‘채용상담만’

▲국내 주요 10개 그룹 82개 기업이 참여하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입장을 하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박근혜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 일하면서 정년은 보장되고, 복리후생은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제도다. 방인권 기자 bink7119@

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 C홀. 입구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그룹 10곳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1만명 채용 계획이 알려지면서 구직희망자들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채용박람회답게 각 그룹 부스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20대 젊은 여성들부터 70대 어른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특히 면접용 증명사진 촬영을 해주는 이미지컨설팅관 앞에는 30여m에 걸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기 위한 구직자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행사장에는 채용공고게시판이 마련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게시판을 주시했다. 괜찮은 일자리가 있으면 해당 공고물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기도 했다. 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상담한 결과물을 받은 사람들은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에도 각 부스에는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계속됐다.

하지만 간절한 구직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적극적인 채용보다는 상담에만 치중했다.

정부가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의욕을 갖고 처음 계획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지만, 행사명이 무색할 정도로 기업들의 채용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LG그룹의 LG생활건강·LG화학·하이텔레서비스와 롯데그룹의 롯데리아·롯데시네마·롯데백화점·롯데카드 등 일부 기업만 현장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는 자리였지만 정부 주도에 등 떠밀려 억지로 박람회에 참석했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A기업은 채용인원이 1명에 불과했고, 일부 다른 기업도 5명에 불과했다.

B기업 관계자는 “당초 이번 박람회 참가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서둘러 준비하는 바람에 채용분야나 규모 등도 최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대부분이 학력무관, 경력우대 등을 내세운 채용공고와는 달리 연구원과 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30~40대 전문직만을 채용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김모(68)씨는 “일자리가 젊은이만 대상으로 한다. 우리 같은 노인을 고용하는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혀를 찼다.

김씨가 방문한 기업은 연구직, 생산직 등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직종에 근무할 수 있는 인재를 뽑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10개 그룹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인원을 △삼성 6000명 △롯데 1944명 △신세계 1006명 △CJ 509명 △LG 406명 △한진 400명 등을 뽑겠다고 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2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람회를 찾아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대 흐름에 맞는 것으로, 정부는 내년부터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박람회장 앞에서 정부와 대기업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르바이트 종사자만 양성하며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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