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대기업 ‘욕심’이 만든 유동성 위기

입력 2013-11-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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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위기에 빠진 동부그룹이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채권단에게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키로 하는 등 계열사 자산 매각과 기업공개 등으로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STX그룹도 보름 전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다. 기존의 사업영역을 에너지 사업과 원자재 수입, 기계엔진, 해운 물류 서비스 등 4개 부문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조정 소식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다른 그룹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그룹과 한진해운 등도 채권단에 모르쇠로 일관하긴 힘들고 조만간 시장이 수긍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4일 작성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재무비율 분석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그룹의 연결부채비율은 895.46%다. 자기자본보다 빚이 9배 이상 더 많다. 여기에 더해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인 '연결이자보상배율' 역시 1.06배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돈을 벌어봤자 이자 메꾸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만 봐도 내년까지 변제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8200억원에 달한다. 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까지 모두 합하면 갚아야 할 금액만 1조7000억원이나 된다. 한진해운은 유상증자 3000억원, 장기용선계약담보대출 2000억원 등 모두 1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채권단에 이미 이를 전달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얘기로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압박 모드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안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특히 동부하이텍의 매각 결정은 업계에서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몸집 키우기를 통해 도약을 시도했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잇단 인수합병의 폐해를 스스로 반성하듯 알짜 계열사까지 내놓은 것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들의 공통점으로 욕심을 꼽았다. 동부그룹은 2007년 27개 수준이었던 그룹 계열사 수를 최근 64개까지 부풀리면서 외형 확장에 매달렸다. STX 강덕수 회장도 설립 후 국내외 기업 인수를 통해 공격적으로 그룹을 키웠다. 2011년 조선기자재, 엔진, 조선 해운물류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그 결과 2011 회계연도 기준 자산총액(일반자산)은 24조5734억원, 공정자산 24조3167억원으로 민간 대기업집단 가운데 11위에 오르며 ‘강덕수 회장 신화’를 썼다.

‘이익은 지혜를 어둡게 만든다(利令智昏)’는 말이 있다. 이익에 눈이 가리면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욕심의 대가가 어떠했는지,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나 CEO들은 이번 사태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그룹이나 기업의 현재 상태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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