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연예인들

우리나라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형편이나 사정이 전에 비해 나아진 사람이 지난날의 미천하거나 어려웠던 날을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잘난 듯이 뽐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매스컴을 보면 이 속담이 아주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개그맨 이수근과 방송인 탁재훈, 그리고 신화의 앤디 등이다.

검찰은 최근 개그맨 이수근과 양세형, 방송인 탁재훈, 붐, 그리고 가수 토니안과 앤디 등 연예인 여러 명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를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사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거액의 판돈을 걸고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후 이수근과 탁재훈, 토니안, 붐, 앤디 등은 불법 도박 혐의를 인정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 불법 도박에 연루된 것도 문제이지만, 이들 중 몇 명은 한때 극심한 생활고를 이겨낸 공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의 여파는 더 크다.

일례로 방송인 탁재훈은 무명 시절 일용직 노동자들의 밥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어려운 날들을 고백한 바 있다.

또 가수 앤디는 한국에 귀국한 이후 혼자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경험과 함께 머리도 기르고, 돈이 없어 택시조차 탈 수 없었던 사연을 방송에서 털어놨다.

국민 개그맨 이수근도 예외는 아니다. 이수근은 무명 시절과 관련, "얼굴 위로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옷 안에서 두어 마리 툭툭 떨어지는 것쯤은 예삿일이었다“며 극심한 생활고를 공개한 바 있다.

사연만 놓고 보면 누구라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이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이들은 모두 불법 도박 혐의 중심에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도박 브로커에게)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모두 수억원의 베팅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사실 여부를 떠나 한때 극심한 생활고를 경험한 이들이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도박에 손을 댔다는 것은 분명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도박을 매개로 한 공든 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것은 신도 거스를 수 없는 불변의 법칙이다. 오직 이를 거스를 수 있다면 그것은 도박을 주재한 도박사 또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일 것이다.

이번 사태(불법 도박)로 말미암아 연예계는 초비상이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불법 도박과 무관한 이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하루하루가 노심초사일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삶과 도박이라는 연결고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누군가 그러지 않던가. 이왕이면 매도 일찍 맞는 매가 훨씬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