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000권 사주면 증인 빼주겠다”… 의원님들, 기업에 ‘책장사’

입력 2013-10-31 08:18 수정 2013-10-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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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직전이 ‘억대’ 수입… 기업은 책 사준 대가로 오너 증인 빼내기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줄줄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기업들에 책장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감이 있기 한 달여 전인 지난 9월부터 국감이 시작된 10월 14일 직전까지 의원들이 연 출판기념회는 무려 14차례. 모임 차원에서 단체로 열었던 행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15회나 된다. 이들에겐 국감 시즌이 사실상 ‘대목’을 노릴 기회로 활용된 셈이다.

이 가운데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도 다수 포함됐다.

정부 각 부처의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지난 달 3일과 7일 각각 서울과 지역구인 경남 통영에서 두 차례에 걸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예상대로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부와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 인사들과 기업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같은 달 4일에는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5일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밖에 새누리당 류성걸 신의진 의원, 민주당 신경민 유대운 정호준 노영민 유은혜 김영주 박민수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 등 31명이 공동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상당수 의원의 보좌진은 행사 전 기업들에 일일이 전화를 돌려 참석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모 대기업 대외협력부장은 기자와 만나 “한 야당 의원 측은 노골적으로 ‘책을 1000권 사주면 국감 증인에서 제외시켜 주겠다’고 압박을 하더라”며 “하루 이틀 된 얘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수천만원을 모금하고 책까지 팔아 억대의 수익을 올렸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정치자금법상 어떤 규제도 없다. 모금 규모를 밝히거나 신고할 의무가 없으며 사용처도 역시 불문이다. 꼬리표 없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실제 출마 예정인 의원들의 경우 정치자금으로 재워놓기도 한다.

기업들은 돈을 후원하거나 책을 사들인 대가로 기업 오너의 국감 증인 출석을 저지하고, 치부를 덮을 수 있었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보좌관들이 기업들에 책을 사달라고 압박하는 게 다반사”라며 “그 대신 해당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걸 막아주거나 증인 신청이 예정된 인사가 참고인으로 신분이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보좌관은 “국감에선 야당 의원의 입김이 더 세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에 줄 선 기업이 많았다”고 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의원과 기업을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릴 만큼 강성으로 통하는 한 야당의 초선 의원은 “새누리당 내 실세로 통하는 한 재선 의원이 찾아와 ‘출판기념회 한 번 열어라. 기업들은 내가 알아서 모아 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배를 채우고 정부부처와 기업들은 감사의 칼날을 피해가는 사이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부분이 ‘잠깐 욕먹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판에 아랑곳 않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며 “결국엔 힘없는 사람들만 손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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