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상품공급점과 골목상권 살리기-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입력 2013-10-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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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최근 상품공급점이라는 낯선 용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상품공급점이란 개인 슈퍼 점주가 종전 도매상 대신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하고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아 운영하는 상점으로 대형마트의 로고와 상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적 점포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동네 슈퍼들의 이해와 각종 규제로 인해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11년 출점 이후 최근 3년 사이에 600곳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어 상품공급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상품공급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상품공급점은 과연 골목상권을 살리는 ‘천사’일까? 아니면 대형유통업체의 새로운 업태로 골목상권을 유린하는 ‘악마’일까? 상품공급점 점주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의 다양한 상품 구색과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 2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면 월 회원비도 면제해 주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SSM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매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가맹비를 받거나 본사와 수익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볼 수 없어 SSM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점포 확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공급점은 현행 법규의 맹점을 악용한 대형 유통업체의 변종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골목슈퍼의 도매를 담당해 온 대리점과 도매상은 물론 일반 슈퍼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법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출점을 제한해 놨더니 상품공급점이라는 변종 SSM으로 골목상권에 무차별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품공급점은 대형 유통업체에 가입비, 계약이행보증금, 월 수수료 등을 내고 있는 만큼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유사한 유니폼을 착용하거나 전단지나 영수증에 대형마트의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품공급점을 유통법이나 상생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제 도입이 기존 대리점, 도매업자, 일부 소매업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상품공급점 운영자 및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상호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기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에서 중소기업 간 혹은 영세 소상공인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상품공급점의 사례처럼 대형마트가 기존 유통업태의 장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업태에 진출할 경우 적절한 규제수단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대형 유통마트의 상호를 사용하고 아무런 사전 규제없이 출점을 방치할 경우, 기존 슈퍼나 도매업자의 몰락은 시간 문제라는 점이다. 과연 상품공급점이 적정 규모 이상으로 확장한 이후에도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금처럼 골목슈퍼에 상품을 공급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교섭력을 무기로 상품공급점의 경영을 좌지우지하거나 직영점 전환 등으로 기존 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유통전문가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SSM에 대한 규제 시기를 놓쳐 골목상권을 대형 유통업체에 내준 만큼 상품공급점에 대한 표준계약서, 교섭력의 남용, 경영 간섭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쏠리고 있다. 상품공급점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천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동반성장 실천과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 그 시기를 지체할 경우 강력한 규제 도입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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