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국회 논의 필요한 기초연금제도-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10-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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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기초연금제도를 정부안 확정과 국회 논의를 계기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책의 절실한 필요성 여부, 둘째 정책이 잘 설계되어 의도한 정책 목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또 자기가 속해 있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기 어려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기준으로 기초연금제도를 한번 평가해 보자.

먼저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의 절실한 필요성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점에서 기초연금제도의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가 많은 한국에서 재정 부담이 큰 기초연금제도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의식주라는 인간의 생존권 측면에서 보면 저소득층에 대한 집세 지원 등 주거복지가 더 필요하다. 집세 지원은 젊은 세대와 노인 모두 수혜 대상이고, 이미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은 월 10만원 정도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에서는 결혼과 출산 등에 대한 지원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혹자는 장애인복지의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은 장애인 등급제를 포함 장애인 복지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적 복지 측면에서 보면 실업급여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과 노동시장 불균형 완화 등을 위해 실업급여의 확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초연금제도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는 유리했을지 몰라도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복지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정부안이 역선택 등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의 취지대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는지 여부이다. 역선택은 소득이나 재산이 충분한 사람은 지원을 받고, 거꾸로 저소득층 등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로서 역선택이 많을수록 잘못 설계된 정책이다. 기초연금제도가 대선공약과는 달리 지원 대상을 모든 노인에서 소득 하위 70%로 바꾼 것은 역선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정부안에는 여전히 많은 역선택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일부 노인들과 같이 재산을 미리 상속했거나 잘 숨겨 논 경우에는 기초연금 지원대상이 된다. 또한 공시지가 4억원 주택 등과 같이 소득인정금액 이하의 재산을 갖고 임대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힘들게 국민연금을 낸 중소기업 근무자나 영세 자영업자는 은퇴 후 재산이 없고 소득이 적어도 기초연금을 다 받지 못한다. 이것들이 대표적인 역선택의 사례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가입 기피, 소득 축소 신고 등의 도덕 해이와 함께, 국가의 기본 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의 신뢰마저 흔들리는 부작용이 있다.

종합해 보면 현재의 기초연금제도는 필요성이 아주 높지 않고 잘 설계되지도 않은 정책이다. 또한 유사한 기초 노령연금제도가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 정부안보다 지원 폭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 여야는 국회에서 표와 인기를 의식해 정부안보다 오히려 지원 폭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이는 다음 세대의 엄청난 부담과 함께 다른 복지 사각지대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난 대선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들고 나왔던 여러 복지제도를 포함하여 한국 사회에서 어떤 복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더 많은 복지가 필요한 국가이다. 그럴수록 국민의 절실한 필요성과 재정부담,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모든 복지제도에서 나타나는 역선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득의 투명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맞추어 세제개혁도 추진하여야 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확보 노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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