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지위자, 심판] 주동욱 배구 국제심판, “흥분한 팬들 앞 오심낼까 진땀”

입력 2013-10-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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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심판은 민간외교관 역할…만원 관중 땐 선수 못지않은 보람

▲주동욱 이사는 만원 관중일 때 가장 신이 난다. 그러나 지나친 항의나 관중을 선동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2년 말, 이란 테헤란은 배구 열기로 들끓었다.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리그 배구 본선 진출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장식, 일본을 홈으로 불러들여 최종전을 치르게 됐다. 만약 이란이 일본을 이기면 사상 첫 월드리그 진출이 확정된다.

드디어 경기 당일, 체육관은 홈팀 이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관중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양팀 선수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그러나 선수들 못지않게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판이다. 이날 경기의 주심은 국제심판 겸 대한배구협회 심판이사 주동욱씨였다.

“1년 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고 말하는 주씨는 “이란 현지의 반응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며 “특히 국제대회는 민간외교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분이라 더 긴장감이 많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이날 경기는 탈 없이 끝났다. 어쩌면 심판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지만 본전이라도 챙기면 행복하다.

그러나 탈 없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평소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국제대회는 더 그렇다. 파워나 스피드 면에서 국내 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꾸준한 트레이닝 없이는 무탈한 경기를 기대할 수 없다.

주씨는 현재 경남고등학교 체육교사다. 국내 배구는 2005년부터 프로화가 됐지만, 소수 심판(10명)만이 전임(연봉제)으로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대부분의 심판은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심판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회 때마다 직장의 눈치를 보며 출전해야 하고, 짬이 나는 대로 훈련을 해야 하지만 주 업무가 따로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해 주씨는 “심판의 처우 개선과 전임심판 증원은 오래전부터 건의했던 문제”라며 “대한배구협회에서도 심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협회 재정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눈에 띄는 개선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요즘은 오심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비디오 판독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세트 당 1회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어 판정 시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고 심판에 대한 오해와 불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TV 중계가 있는 날에는 터치아웃 판정이 내려질 때마다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내보낸다. 심판에 대한 거친 항의가 감독의 그라운드 장악력과 능력처럼 비쳐질 때도 있다.

이에 대해 주씨는 “외국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해 조용히 수궁하는 분위기다. 어필도 많지 않아서 불필요하게 경기 흐름이 끊기는 일도 없다. 어필에도 매너가 있어서 지나친 항의는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관중을 흥분시키거나 선동하는 행위는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주씨는 또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우선 오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5세트를 풀로 채우는 경기는 2시간 30분 정도를 제자리에 서서 공에만 집중해야 한다. 인간의 체력과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쩌면 오심 없는 경기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의사는 분명하게 전달하되 어필 시간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배구 발전과 흥행을 위해서도 현명한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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