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저주]“투자자에 발행 정보 제공 투명성 강화를”

입력 2013-10-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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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상 만기규제 사라져 위험 노출… “전자단기사채로 전환 추진도 미완의 해법”

▲지난달 30일 오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동양계열사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동양그룹 계열 금융사의 고객자산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웅진홀딩스, LIG건설, 동양그룹. 이들 기업은 CP(기업어음)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CP가 기업의 손쉬운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들로 CP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CP는 발행과 관련된 규정 제한 없고 공시 의무 제한이 없어서 웅진홀딩스, LIG건설, 동양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시장이 투자자를 외면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시를 하지만 CP는 발행규모 제한이 없고 신고서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라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에게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발행 정보가 부족한 만큼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은 크게 은행대출, 회사채, CP로 나뉜다. 호황일 때는 금융권과 회사채 시장이 활발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은행 대출 자격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회사채 역시 AA 등급 이상에만 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CP가 자금 조달의 통로로 활용된다. CP의 발행조건이 간소하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CP가 지금처럼 기업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하되 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전자단기사채 등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통과시켜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자단기사채는 CP 거래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단기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을 실물이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 및 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황 실장은 “CP의 경우 재무담당자가 원하면 바로 발행할 수 있지만 전자단기사채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발행 규모를 공시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 CP를 전자단기사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단기사채로의 전환이 늘고 있지만 동양이나 LIG건설처럼 재무구조에 어려움이 있는 회사가 CP 발행을 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예전의 ‘증권거래법’에는 CP는 1년 미만이라는 규제가 있었지만 현‘자본시장법’으로 넘어오면서 만기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만기 규정이 없어지면서 CP가 회사채 시장을 흔드는 상황과 단기물 발행 편법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황 실장은 “현재 규정상 만기 저항이 없어서 CP가 회사채에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장기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죽일 것”이라며 “회사채는 발행 비용이 다소 높지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시장 기준이 되는 가격을 제공하는 등의 기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회사채는 등급에 따라 가격과 금리가 다르지만 CP는 이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만기가 회사채와 같은 2년 혹은 3년물로 회사채 발행을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또 만기가 1년 이상일 경우 신고서를 제출토록 한 규정 때문에 만기 ‘364일’짜리를 발행하는 편법도 나왔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CP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이 같은 편법을 완전히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국장은 “전자단기사채도 투자자의 피해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라며 “CP는 중견기업의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어 섣부른 규제보다 투자자 보호 측면과 기업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균형있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CP의 만기 규제가 없지만 만기 1년 이상 CP는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만기가 긴 CP는 잘 발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보 투명성에 장점이 있는 전자단기사채로의 전환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황 실장도 “금감원이 규제로 모든 것을 다 막을 수는 없다”라며 “정말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규제를 피해 발행하는 CP는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소 늦었지만 올해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CP개선 방안이 담겼다. 먼저 대기업 계열사의 증권사는 같은 그룹이 발행하는 CP가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지면 판매할 수 없는 조항이 지난 26일부터 적용됐다. 회사채는 BBB 등급 이하, CP는 A3 등급 이하일 경우 투자부적격을 받는다.

황 실장은 “투자자와 지배주주가 이해상충 관계에 있을 경우, 동양 사태처럼 대주주가 투자자의 이해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투자자를 우선토록 법적으로 명시한 것”이라며 “시장이 투자자를 우선해야 장기적으로 시장에도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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