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최인호, 임상옥, 그리고 위기의 재계

입력 2013-10-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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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야간 당직. 소설가 최인호의 부고 기사가 떴다. 침샘암으로 5년 동안 투병하다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유명을 달리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그를 추모하는 내용과, 그의 작품들에 대한 기사가 이어졌다.

‘별들의 고향’,‘바보들의 행진’, ‘겨울나그네’, ‘타인의 방’, ‘상도’, ‘잃어버린 왕국’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죽음과 함께 열거됐다. 읽어본 소설도 있었고 그냥 제목만 듣고 흘렸던 작품도 있었다.

지난 2일이다.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조간 신문을 훑었다. 종합지와 경제지 할 것 없이 국내 그룹들의 오너십 부재와 이에 따른 업황 악화를 우려하는 기사로 넘쳐났다. 1면과 3, 4면을 할애해 재계 오너의 ‘집단 유고 사태’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거나, 경제면이나 산업면 머릿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구속집행정지),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형집행정지),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구속처분 상태인 오너 최고경영자가 8명으로 늘어났다는 게 요지였다. 여기에 경영악화 때문에 여러 오너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경련 회장단 회의조차 열기가 어렵다는 내용도 함께 실렸다.

문득 최인호 작가의 부고와 함께 소개됐던 소설 작품 하나가 떠올랐다. ‘상도(商道)’.

상도의 주인공인 임상옥(1779∼1855)은 실제 인물이다. 2000년 최인호 작가가 우리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문제였던 경제 철학을 다루면서 임상옥은 더욱 유명해졌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다”라는 그의 말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고(故) 최인호 작가는 당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매점매석과 같은 사도(邪道)에 의해서 발전돼 왔다.그러나 이데올로기도, 국경도 사라진 밀레니엄의 경제시대에 경제의 신철학이 생겨나지 않으면 사회가 올바르게 지탱되기 어렵다고 본다.나는 임상옥이라는 역사인물을 통해 경제의 새로운 철학을 얘기해보고 싶었다”면서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가을. 신문지상에 펼쳐진 ‘재계의 위기’는 총수의 부재로 설명된다. 총수의 집단 유고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탈세, 횡령, 배임 등의 딱지가 붙어 있다. 진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그 여파는 이들의 도덕적인 흠결과 이로 인한 경영공백, 나아가 한국 경제에 드리운 암운으로 고스란히 연결돼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들의 공로가 이번 구속 등으로 단번에 퇴색되지 않으려면 재계의 위기를 말하기에 앞서 임상옥의 ‘상도’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재벌 기업 소속 임원들의 60% 이상도 반기업 정서의 가장 큰 문제로 그룹 총수의 부도덕한 행태를 꼽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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