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의 주식전쟁]“지분 줄면 끝이다” 경영권 사수 각양각색

입력 2013-10-01 10:38 수정 2013-10-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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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에도 주주간에도 경영진과 주주간에도 피 말리는 힘겨루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내용과 주식 현황도 공개돼 있다 보니 최대주주 측의 지분이 줄어들면 우량회사를 노리는 세력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거대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의한 경영권 갈등뿐 아니라 가족, 주주, 경영진과 주주 간 분쟁 등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창업주 작고하자 아내와 아들 싸움= 최근 주식시장에서 창업주가 별세하자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원양어선을 통해 어획 활동을 하고 있는 동원수산이다.

동원수산은 지난달 26일 창업주인 왕윤국 명예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에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고 다음날인 27일에도 급등하며 이틀째 상한가 랠리를 이어갔다.

동원수산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바로 경영권 분쟁에 있다. 동원수산은 지난 2011년 3월 창업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당시 창업주의 재혼한 부인이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까지 나서자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당시 왕 명예회장의 부인 박경임씨는 왕 명예회장의 아들인 왕기철 대표이사를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딸인 왕기미 식품사업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신규 이사 후보로 선임하겠다는 주주 제안을 내놨다. 왕기철 대표는 전처의 아들이고 딸인 왕기미 상무는 현재 부인인 박씨가 낳은 딸이다.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비화됐던 일은 주주총회에서 왕기미 상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기존 왕기철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되며 해결됐다. 문제는 별세한 왕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이 누구에게 상속되느냐다.

6월 말 기준 박경임씨와 왕가미 상무의 보유지분은 5.63%로 신주인수권(45만6794주)을 감안한 왕기철 대표의 보유비중(13.41%)보다 훨씬 낮다. 다만 고인의 지분이 박씨와 왕 상무 쪽에 더 많이 상속될 경우 전세가 역전돼 왕 대표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카·숙부 지분 경쟁 한일시멘트 = 한일시멘트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일시멘트는 지난 2012년 오너가의 가족들이 매입 경쟁을 펼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 허기호 한일시멘트 대표(부회장)와 숙부 허동섭 한일건설 회장 및 일가, 허남섭 한덕개발 회장(한일시멘트 대표 겸직) 등은 한일시멘트 지분을 크게 늘리며 지배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당시 허동섭 회장은 한일시멘트 주식 6만주(0.79%)를 시간 외로 취득했다. 허동섭 회장 지분은 총 5.96%로, 경영 일선에서 비켜난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73) 지분(7.95%)을 제외하면 개인 단일주주로 가장 많은 주식을 갖게 됐다.

허동섭 회장의 두 딸 서연·서희씨가 최근 3만5000주(0.46%)씩 장내에서 취득한 것을 합하면 허동섭 회장 측 지분율은 10.46%로 늘어난다. 이들 가족이 한일시멘트 주식 매입에 쓴 돈은 44억5500만원이다.

허남섭 회장은 허동섭 회장에 앞서 한일시멘트 주식을 사 모았다. 허남섭 회장은 지난해 3월 한일시멘트 주총에서 등기임원 및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주식을 적극 매입하기도 했다. 허남섭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2만4500주(0.32%)를 사들인 데 이어 7월 말부터 8월초까지 9만5000주(1.27%)를 매입, 지분율을 5.9%로 끌어올렸다. 지분 매입에 쓴 자금은 40억원 정도다.

한일시멘트그룹은 창업주 타계 이후 2세들이 경영권을 나눠 가졌다. 1남 허정섭 명예회장이 한일시멘트, 3남 허동섭 회장은 한일건설, 2남 허영섭 회장과 5남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를 맡았다. 4남 허남섭 회장은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한덕개발을 물려받았다.

◇2명의 창업주 뒤이은 2명의 2세들 싸움 = 일본 관서페인트에서 일하던 고 김복규 회장과 일본 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고 윤희중 회장이 1946년 의기투합해 만든 동화산업(삼화페인트의 전신)은 2003년 두 집안이 아들(김장연 사장, 고 윤석영 사장)에게 경영권을 각각 물려주면서 ‘2세 동업경영 시대’로 순탄하게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윤 사장이 2008년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김 사장 혼자 회사를 이끌게 됐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문제를 놓고 양측이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윤 사장의 부인 박순옥씨는 지난 6월 김 사장과 삼화페인트를 상대로 200억원의 BW 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BW는 삼화페인트가 지난 4월 ‘회사채 차환용’으로 산은캐피탈 등을 인수인으로 발행한 것이다. 삼화페인트 최대주주인 김 사장이 발행 당일 BW에 포함된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 워런트를 즉시 인수한 것을 박씨가 문제 삼았다.

김 사장이 워런트 권리를 인수하면 30.34%인 그의 지분율은 약 3%포인트 늘어나게 된다. 윤씨 일가는 삼화페인트 지분 27%를 갖고 있다. 박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윤씨 집안이 경영에 다시 복귀하겠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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