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어리석은 골퍼가 캐디를 탓한다

입력 2013-09-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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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살벌한 필드에서 캐디는 거의 유일한 우군이다. 우호적인 동반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원칙상 필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캐디뿐이다.

캐디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는 캐디 없이 라운드를 해보면 절감한다.

외국의 대중 골프장에는 카트를 스스로 끌도록 돼 있어 캐디 없이 라운드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국내에서는 캐디 없이 라운드할 경험은 거의 갖기 어렵다.

늘 캐디의 도움을 받으며 라운드를 해 본 골퍼가 캐디 없이 라운드한다고 가정해 보자. 홀마다의 특징을 제대로 알 리 없으니 홀에 도사린 위험이나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알 수 없다. 거리 측정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매번 짧거나 길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린의 특징, 잔디의 특성도 알 수 없어 라인을 읽기란 더더욱 어렵다.

자주 찾는 코스나 싱글 정도의 핸디캐퍼라면 모를까 보통 주말골퍼라면 캐디가 있을 때보다 10타 가까이 더 친다고 보면 틀림없다. 골프장의 모든 정보를 꿰고 있는 캐디는 스코어를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캐디와 좋은 호흡을 유지하며 캐디가 갖고 있는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제 실력 이상의 좋은 스코어를 낼 수도 있다.

대개는 이런 캐디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실수를 캐디 탓으로 돌리고 나쁜 스코어의 원인을 캐디에게서 찾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골프장에서 캐디 탓으로 돌릴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모두가 골퍼 스스로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까운 거리의 퍼트를 남겨 둔 그린에서 캐디가 공을 잘 못 놓는 바람에 홀인을 놓쳤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볼은 제대로 놓았는데 골퍼가 놓인 방향대로 스트로크를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캐디가 현저하게 방향을 잘못 봤다면 스스로 조정하는 것도 실력이다.

유능한 골퍼는 캐디가 얼마나 노련한가 미숙한가를 먼저 판단한다. 노련할 경우 많은 부분의 판단을 캐디에게 의존할 수 있지만 미숙하다면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캐디를 편하고 기분 좋게 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캐디가 기분 좋으면 온갖 정보를 털어놓아 라운드를 한결 부드럽고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캐디와 다툰다는 것은 그날의 라운드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실수를 캐디 탓으로만 돌리고, 캐디의 조언을 믿지 않는다면 어떤 캐디가 귀중한 코스 정보를 털어놓고 싶겠는가.

미셸 위가 2006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끝낸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항에서 캐디 그레그 존스턴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미셸 위는 대회 도중 벙커에서 백스윙을 하다가 이끼를 건드리는 바람에 벌타를 받았는데 캐디가 룰을 잘 설명해주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벌타나 저조한 성적은 결국 스스로가 만든 결과다. 존스턴은 LPGA에서 실력 있기로 손꼽히는 캐디다. 줄리 잉크스터(미국)와 12년간 호흡을 맞추며 그의 명예의 전당 입회를 도왔으니 실력을 따질 일은 아니다.

더 유능하며 자신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캐디를 찾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지만 게임이 잘 안 풀리고 스코어가 저조한 것을 캐디 탓으로 돌리는 습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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