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입법 4대 이슈 ③집단소송제]소송이 능사?…무분별 소송 남발에 기업이 흔들린다

입력 2013-08-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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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상대 1명 승소 땐 소비자 전체에 효력…과징금 부과 동시에 소송 준비 ‘이중 부담’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동시에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생깁니다.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기업 활동과 무관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가 경제민주화 독소 조항으로 ‘집단소송제’를 꼽는 이유다. 집단소송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함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집단소송제란 한 명의 피해자(소비자)가 가해자(기업)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길 경우 나머지 피해자들도 모두 배상을 받는 제도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집단소송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부터 증권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

재계는 집단소송제가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의 부담 가중 등 폐단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피해 구제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사익을 위한 기획 소송이나 기업 흠집 내기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도는 직접 소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실익이 없을뿐더러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에 휘말리는 자체가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집단소송제도가 발달한 미국도 남소 등의 폐해가 발생하자 소송 절차상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체 소송가액이 엄청난 규모인 만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은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소송 한 번에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이 얻는 실익보다 변호사들만 이롭게 하는 제도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송을 당한 기업들은 끝까지 가는 부담을 줄이려고,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수임료를 챙기기 위해 변호사들이 기획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변호사를 위한 제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제는 법리적 측면에서도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와 같은 피해를 입은 제3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송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며 “반대로 원고 측이 패소할 경우 이러한 제3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소송 자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주가 하락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구조”라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기업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힘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는 집단소송제도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고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할 경우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는 제도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징벌적 성격을 띤 공정위의 과징금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은 과잉 처벌”이라면서 “전체 손해배상액 규모를 상상할 수도 없는 집단소송에 3~10배까지 물어내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면 버틸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상법개정안,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집단소송제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하반기 경제민주화법안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기업의 경영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최대 국정 과제로 경제활성화를 설정했으면서, 실질적 주체인 기업을 오히려 옥죄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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