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혁신 거래소로 실리콘 밸리를 만들자

입력 2013-08-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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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실리콘 밸리 방식의 실리콘 밸리 벤치마킹은 불가능하다.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국가들이 실리콘 밸리 벤치마킹에 노력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결과는 실패였다. 세계 최초의 혁신 거래소 구현에 도전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Innovation is in the air.’ 실리콘 밸리의 ‘벤처 혁신 문화는 공기 중에 있다’는 말이 문제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수많은 공식·비공식 만남의 장에서 혁신이 거래되고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지식재산권이 거래된다.

몇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을 보고 실리콘 밸리를 파악했다는 것은 마치 코끼리 다리 만지기와 같은 오류일 것이다. 혹자는 이스라엘을 성공 사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의 유대인 네트워크가 투자에서 인수합병을 거쳐 나스닥 상장까지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절대로 벤치마킹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창조경제 구현에 도전해야 할 것인가. 1995년에서 2000년까지의 1차 벤처 붐은 세계 최초 벤처 압축 성장의 성공 사례였다. 그 비밀은 미국과 다른 벤처기업특별법이라는 벤처 새마을운동에 있다. 미국이란 거대한 생태계는 충분한 임계질량으로 자기조직화된 혁신 시장 형성이 가능했다. 당연히 미국 외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모델이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벤처기업특별법이 입증한 것이다. 벤처기업특별법은 이미 많은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 있고 지금도 배우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리콘 밸리 생태계의 일부인 벤처 캐피털 육성은 성공했으나 엔젤 캐피털 육성은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다시 실리콘 밸리를 바라보자. 미국의 창업 초기 투자 중심은 벤처가 아니라 엔젤 캐피털이다. 벤처 캐피털은 남의 자본을 펀드로 모아 투자하고 엔젤은 자기 돈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창업 초기 투자는 엔젤의 영역이 된 것이다. 미국의 엔젤 투자는 벤처보다 큰 규모로 200억 달러를 넘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 비밀은 바로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다. 미국 엔젤 생태계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해 다시 엔젤 투자를 하는 확대 선순환 단계에 돌입한 지 오래다.

한국은 어떠한가? 창업 후 13년이 필요한 코스닥 상장은 엔젤 투자 회수 시장으로 멀어도 너무 멀다. 초기 엔젤 투자가들이 감내할 인내의 한계를 넘고 있다. 정부에서 엔젤 투자 매칭 펀드 공급을 늘린다고 문제의 본질이 해결될 수는 없다. 적절한 중간 회수 시장 없이는 엔젤 생태계는 영원히 형성이 불가능하다.

중간 회수 시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코넥스가 출범했다. 그러나 중간 회수 시장은 기술의 장벽을 통과한 기업이 시장을 가진 기업과 만나 효율과 혁신을 결합하는 창조경제 융합 장터라는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간 회수 시장은 단순한 엔젤의 투자 회수를 넘어 창조경제 구현의 본질인 혁신 시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해진다. 인수합병 시장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모든 국가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나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실리콘 밸리의 공기 중에 인수합병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방식으로 실리콘 밸리를 배울 수 없다는 점은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창조경제의 꽃인 혁신 시장 육성을 포기할 것인가.

이제 그 대안으로 지식재산권과 인수합병 거래를 포함한 혁신거래소를 제안하는 것이다. 혹자는 인수합병이 과연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지 의문을 갖는다.

물론 주식 시장과 같은 완전 공개 시장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결혼 중매 시장과 같은 제한된 거래 시장은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 장기 채권 시장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벤처기업특별법을 만들어 1차 벤처 붐에 성공했다. 이제 세계 최초로 혁신거래소 구현에 도전하는 것이 창조경제 구현의 돌파구가 아닌가 한다. 창조경제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혁신 시장 구현에 도전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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