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전두환 전성시대'- 신율 명지대 교수

입력 2013-08-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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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가히 ‘전두환 전성시대’다.

50ㆍ60세대 독자라면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야한 영화라는 취급을 받던 영화라서 당시 중고생이었던 남성들은 영화는 보지 못하고 대신 영화 포스터를 보며 이죽대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다시 이죽거릴 수 있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전두환의 전성시대’는 중고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중년들이 기가 막혀 이죽거릴 수밖에 없이 만든다.

전두환씨는 지금 억울한 게 무척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전두환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씨 일가를 대신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각 언론사에 배포한 것 같다.

그런데 이걸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전두환씨가 원래부터 돈이 많았단다. 그렇게 돈이 많았던 사람이 지난 번 재판에서는 왜 돈이 없다고 했고, 지금도 추징금 낼 돈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설명 중에 불리한 건 빼고 유리한 사실만 집어넣은 사실도 가관이다. 민 전 비서관의 해명 자료를 보면 전씨의 부동산 대부분이 1960~70년대에 사들인 걸로 돼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28건 중 22건은 1997년 이후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까 변명을 하기 위해서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아니면 국민들을 더욱 약 올리기 위해 뿌린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검찰 수사 때문에 전두환씨 일족의 사업이 돌아가지 않고 있고, 서로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해서 눈치를 보며 안부를 묻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 정도로 힘들면 미국에서 “현금 박치기”로 샀다는 와이너리를 처분하든지, 시공사의 건물과 땅을 팔든지, 그래도 모자라면 오산에 있는 땅마저 처분해서 추징금을 완납하면 될 일이다.

민 전 비서관이 전씨가 재임 시절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수천억원의 돈이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한 부분도 문제다. 기업인들이 건넨 돈 가운데 2205억원이 뇌물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왜 이런 문제에 명운을 거느냐는 주장에도 말문이 막힌다. 이제는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일의 우선순위도 “정해 주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결론적으로 전씨 측 주장의 요지는 지금 돈도 없고 과거에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이기 때문에 검찰은 다른 일이나 신경 쓰라는 말인데, 궁지에 몰려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식, 그리고 대한민국 제도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비상식적 언급은 1980년대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라면 모조리 잡아넣어야 하는 놈들이 설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터질까.

전두환씨 부부에게 하나 제안하고 싶다. 전씨 재산 대부분은 장인 재산과 군 재직 시절 박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 그리고 이순자씨가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뜨개질을 배워 부업을 한 돈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무일푼에서 자식들 백억대 부자 만들기’라는 책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책 한권 쓰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추징금 일부를 납부하고 모자라면 이번엔 ‘뜨개질로 부자 되기’를 쓰면 될 것이다.

어쨌든 전씨 측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자신들도 힘들겠지만 그건 자업자득이라 것과 국민은 더 분통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한다. 무지막지한 공포 정치를 일삼던 그들이었기에 역사도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전씨 일가를 가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정의다. 이런 점을 명심한다면 전두환씨는 돈을 안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더 이상 그의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도,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다. 그가 하루빨리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전씨가 사죄하고 법의 처분에 따라 추징금을 납부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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