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캠프의 허와 실-1] ‘진짜 사나이’ 체험 간 아이들 주검으로

입력 2013-07-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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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고등학생 5명이 바다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여했던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의 진술과 학교 관계자, 해경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박3일 일정의 캠프 둘째날 오후 5시30분. 학생들은 예정된 IBS(공기주입식고무보트) 해상 훈련을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바다로 향했다.

학생들은 한 줄에 10명씩, 2열 종대로 서서 바다로 전진했다. 훈련이 모두 끝나 구명조끼를 벗은 상태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안면도 앞바다에서는 초속 6~9m의 빠른 바람이 불고 0.5~1m 높이의 파도가 쳤다.

물이 가슴께에 차올랐다. 목 넘어서까지 파도가 쳤다. 몇몇 학생이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갯벌 안 깊은 웅덩이 ‘갯골’에 발이 빠진 것이다. 보트에 탄 교관은 ‘괜찮다’며 더 들어가라고 했다. 순간 다시 파도가 들이닥쳤다. 앞에 있던 학생들이 넘어지니 뒷줄 학생들도 우왕좌왕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현장에 있던 교관 둘은 호루라기를 불며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멀리 있던 다른 교관 3명이 달려와 튜브를 던져주는 등 학생 10여명을 구조했지만 김동환·이병학·이준형·장태인·진우석(모두 17)군은 결국 바다로 자취를 감췄다. 5시34분, 태안해경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숙소 내 교사 휴게실에 머물던 교사들은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 사고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해병캠프 훈련에는 교사들이 동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과 해군 등은 헬기 3대와 함정 2척, 경비정 8척, 공기부양정 1척, 연안구조정 5대, 수중 수색대 등 구조인력 200여명을 투입해 사고해역 인근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찾고 있다.

19일 오전 9시30분 현재 실종된 학생 5명 중 이준형·진우석 군의 시신이 인양됐다. 두 학생은 간조현상으로 바닷물이 빠진 사고현장 해안가 6~7m 지점에서 나란히 발견됐다.

한편 학교 측은 처음에 학생들이 무단이탈해서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실종된 이병학군의 아버지는 “처음에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들이 무단이탈해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며 “평소 잘못 가르친 아비로서 선생님들께 종아리를 맞을 심정으로 왔지만, 결국 학교 측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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