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부동산, 무대책이 대책이다- 송광섭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3-07-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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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좋은 의미가 아니다. 전에 없었던 기현상이 속출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물량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세값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천, 수원, 군포, 용인 등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값을 추월하는 ‘전세의 대반란’이 시작됐다.

집을 보유할 경우 시세차익은 없고 세금부담만 커지는 데다 현재 분위기로선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매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택시장에서는 거래절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월 주택거래량이 13만건으로 6년반 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나 취득세 감면 종료가 된 7월 들어 거래량은 급감했다. 이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4% 떨어졌고, 전국 아파트값은 16주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갈 데가 없는 돈들이 이러저리 방황하고 있다. 초저금리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산가들이 상가 경매로 몰리면서 낙찰률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옥션은 올해 상반기 전국 상가 낙찰률이 26.3%로 2001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낙찰률이 높은 것은 경매 매물 수는 역대 가장 적었지만 낙찰 물건 수는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상가를 경매를 통해 싸게 사면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고, 권리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가 마땅치 않자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사상 최초로 2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 및 공모 펀드 설정액은 6월 말 현재 2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17조4000억원)보다 23.5% 늘어났고 부동산펀드가 최초로 출시된 2004년 6월 말(138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55배가 증가한 규모다.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자 정부 관계자들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취득세 감면 연장과 관련, 정부부처 간에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부처간 불협화음에 박근혜 대통령은 혼선을 수습하라며 관계 부처 수장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당장 취득세 인하 계획이 없다던 국토교통부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 취득세 세율 인하 방안을 만들겠다며 당초 입장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취득세 감면연장 없다. 종합적인 세재개편이 필요하다."(서승환 국토부 장관)

"취득세 감면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 계속 연장된다는 기대감이 있으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현오석 경제부총리. 6월 25일)

"시차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주택시장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적인 요인인지 정책 효과에 대한 것이지 판단이 필요하다.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현오석 부총리. 7월3일)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4·1부동산 대책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 대책이라기보다는 정상화 대책이라고 본다”며 “수요, 공급 양쪽에서 정상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말했다.

왜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취득세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의 재원 배분과 관련이 있고, 지방세수와 관련된 지방소비세, 재산세, 보조금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득세 인하시 지방재정 보전 방안 등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하나만 봐서는 안된다. 부동산 시장은 결코 정부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기나 시장 상황이 바뀔 때마다 고무줄 단기 처방으로 일관해 왔다. 투자자들도 눈치가 빨랐지만 해당 부서 또한 널뛰기 정책으로 대응했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민했다. 일반 서민들은 정부의 중구난방 정책에 이골이 나 있는 상태다. 투자자들 또한 오로지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만 관심을 갖는다. 철저한 투자 이기주의다.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이 병들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환자의 급격한 병세 회복은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부작용과 휴유증을 우려해야 하고, 급격한 악화는 가족의 불행과 슬픔이 된다.

완만하게, 탄탄하게 건강이 회복되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자연치유 기간이기에 성급한 처방은 병세를 더 악화시킨다. 섣부른 돌팔이 대책보다는, 지금은 무대책이 최상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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