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글로벌 강소기업 키우기- 한지운 산업부장

입력 2013-07-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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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이 지금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한때 한국보다는 넓은 세계로 나가겠다는 열정을 가진 중소·벤처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문득 이 같은 말을 꺼냈다. 그 역시 한때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했고 적잖은 성공을 거뒀던 스타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손잡은 한 대기업은 그를 회사에서 내쫓았고, 이제는 작은 사업을 하며 근근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2000년대 초 벤처 전성시대를 풍미했던 중소·벤처기업인들 대부분은 이 바닥을 떠났다. 그들 대부분은“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면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고,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고지식한 개발자들이었다.

그들은 최근의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몰락을 무엇보다도 아쉬워했고, 이를 자신들의 과오에서 벌어진 책임으로 느끼고 있었다. 1세대 벤처의 연이은 실패는 사채시장의 손이 개입된 부패형 인수·합병(M&A)으로 이어졌고, 결국 중소기업의 신뢰성을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실제로 명동 김 회장, 이 회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코스닥기업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시선과 관심이 대기업에만 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잘 되어야만 국가가 잘 된다는 논리에 앞서, 국가 경제의 허리가 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더 우선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죠”라고 안타까워했다.

세계 일류기업이 되자며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고 뛰었던 수많은 중소기업은 이제 과거로 사라지고, 대기업의 하청업체로만 존속하는 현실이 왔다.

지난 몇년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의 공정한 계약과 영업활동을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었다. 또 다른 1세대 벤처기업인은 “지난 2~3년간 정부의 가장 큰 중소기업 정책은 동반성장인데, 이는 중소기업을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돌아가기 위해 하청을 주는 곳이라고 전제하고, ‘중소기업이 힘들다고 하니 대기업이 공정한 계약과 영업활동을 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하청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려는 작은 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찾기 힘들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은 수출 위주에서 하청을 통한 내수 위주로 활동 반경이 위축됐다. 중소기업의 총수출 비중은 2003년 53.1%에서 2008년 38.8%로 크게 하락했다. 2011년 이후에는 20%를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한·EU FTA를 체결한 데 이어 한·중 FTA도 협상에 돌입했다. FTA는 수출 주도형인 대기업에게는 수혜로, 내수 비중이 높아진 중소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해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 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수출 중기 10만개, 글로벌 강소기업 3000개(수출 1000만 달러 이상) 육성 방안 발표는 ‘가뭄 속 단비’다. 또 이달 1일 올해 추경예산 20억원을 중소·중견기업의 해외건설 진출 지원비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각 분야에서 중기 지원에 나서는 것도 고무적이다.

해외에서 승부하는, 세계 일류를 목표로 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인들이 해외로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관계, 사회 구성원들의 양극화 우려, 대기업 선호에 따른 취업난의 심화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 산업과 사회의 대기업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들의 치열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정책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 직접 성과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와 결단력이 다시금 나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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