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아버지의 주례사- 김일 하이투자증권 대구지점 대리

입력 2013-06-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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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의 서적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은 분들에게 회자되기 전,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 스님의 서적이 있었다. 바로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결혼이라는 주제로 고민하던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는데, 내게는 ‘스님의 주례사’ 못지않은 주례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버지의 주례사’ 이다.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 하던 어느 날. 주례선생님은 어떻게 할 거냐는 예비신부의 물음이 왔다. 은사님을 모실까, 직장의 상사분께 부탁할까 고민하던 그때 불연 듯 기특한 생각이 지났다. “그래, 아버지께 부탁하자.”

최근 ‘주례 없는 결혼식’이 많아져 생경스러움도 많이 줄은 데다 편리를 위해, 보수를 드리고 모시는 것 보다 훨씬 의미 있겠다 싶어 양가에 의견을 여쭈었다. 자녀들의 제안이 곤혹스럽지는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양가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해보지 않은 화장을 하고, 어색해 하는 두 부자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떠는 기색 없이 멋지게 주례사를 하신 아버지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지만 여기엔 아무도 모르는 우리 부자간의 비밀이 있다.

예식을 위해 낀 장갑이 미끌거려 준비한 주례사의 남은 한 장을 넘기지 못한 체 마무리를 하신 것이다. 장갑을 빼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황망스러워 하시며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읽히지 않았지만 나는 두 번째 장에 적혀있던 아버지의 당부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당신이 꼭 전하고 싶었을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읽지 못한 주례사는 이랬다. “아버지는 두 사람이 목표를 갖고 생활해 주기를 당부한다. 좋은 집을 얻는 것이든 좋은 아이를 얻는 것이든, 무엇이든 좋다. 신혼의 달콤함이 지나고 나서도 늘 서로 존경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데에 목표를 갖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오랜 경륜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멋진 주례도 좋지만, 평생에 딱 한번 있을 자식의 결혼식에 부모님을 주례로 모시는 것. 그 또한 평생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부모님께 뜻 깊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한다.

“아버지, 말씀 잊지 않고 두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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