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골병들게 하는 사재기, 대책은 “…”

입력 2013-05-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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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홍보효과, 출판사가 순위 조작… ‘독서편식’ 경향도 원인

#1. 5월 9일 오후 이영미(39·여·주부·서울 성북구 종암동)씨는 “책 선택에 있어 베스트셀러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2. 5월 21일 오후 변을규(52·남·개인사업·서울 송파구 잠실)씨는 “일 년에 30권 정도 읽는데 그중 15권 정도가 베스트셀러인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져보는 책도 많죠”라고 말했다.

#3. 5월 21일 오후 백영주(25·여·직장인·경기 부천 중동)씨는 “어떤 책이 잘나가는지 트렌드 살피는 데 도움이 되죠”라며 베스트셀러에 대해 이야기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내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소설가 황석영씨가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베스트셀러에 대한 생각은 다를지라도 이들은 모두 교보문고 광화문점 정문 쪽에 위치한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에서 책을 살피고 있었다. 별로 참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들이 베스트셀러 앞에서 멈춰 선 것은 관심이 가는 책이 놓여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책이라는 문화상품이 경험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책과 같은 문화상품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상품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타인의 소비량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소비한 책은 그만큼 화제가 되고 완성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독서량의 감소도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 지출액이 2만원으로 떨어졌고, 성인 1인당 독서량도 9.9권으로 감소하는 등 해마다 국민 독서량은 줄어들고 있다. 독서량의 감소가 책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는 감각을 떨어뜨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독서 기피 경향은 엄선된 도서에 대한 목마름을 증폭시켰다. 사람들은 이른바 좋은 책을 찾으며 압축적인 독서를 추구했다. 책을 읽으려는 능동적 생각보다 베스트셀러라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수동적인 생각이 독서의 이유가 됐다.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으면 문화적 감각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의 엄존도 베스트셀러가 위력을 갖는 원인이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독서에는 질이 중요하지 않다. 질을 따지지 말고 양으로 승부하라”고 했다. 좋은 책 또는 엄선된 책만 찾으려는 독서 행태에 대한 따끔한 충고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조언에도 베스트셀러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최근 출판계를 혼란케 한 베스트셀러 조작논란(이하 사재기)이 일어났던 것도 베스트셀러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일반인의 책 구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홍보마케팅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이 출판사의 입장이다. 판매 집계를 위해 한 권 주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0원 안팎이다. 대략 3000만원이면 1만권을 살 수 있으며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베스트셀러 진입은 대형서점 진열대에 올리는 것과 인터넷서점의 노출광고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둔다. 출판사들이 사재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재기 문제는 출판계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인 문제임에도 어느 곳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월 9일 보도전문 케이블채널 뉴스와이에 출연한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구조 개선, 사재기 출판사 처벌 강화, 전산집계시스템 도입 등의 대책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보다 “도서정가제를 안착시켜 대형서점 위주의 유통 집중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직접적인 해결 방안은 없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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