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밀키스의 강렬함, 맥키스의 꼼수

입력 2013-05-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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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의 한 주류회사가 가정에서도 쉽게 섞어마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술을 내놨다. 국민MC 신동엽을 광고 모델로 앞세운 홈믹싱주 ‘맥키스’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측은 국내 음주문화가 점차 건전하게 바뀌고 있는 점에 착안해 가정에서도 쉽게 섞어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이 제품의 최고 경쟁력으로 꼽았다.

지방회사라 전국 유통망이 변변치 않은 ‘선양’은 전국에 포진돼 있는 대형마트를 먼저 공략했다.

가족단위 쇼핑객이 많은 전국 주요 대형마트 천정에 POP 형태의 광고판을 달아놓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대형마트 내 술광고를 거의 할 수 없게 만든 서울에서는 마트 방송을 통해 모든 사람이 ‘맥키스’를 들을 수 있는 음성광고를 택했다.

학부모들과 전문가단체는 곧장 청소년의 음주를 조장하고 이로 인한 알코올 중독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 술광고는 규제가 심하다는 점을 알고 ‘음성광고’라는 꼼수를 부렸다고도 비난했다.

학부모들과 전문가 단체들은 대형마트와 술회사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꼼수를 동원하면서 까지 술광고를 내보냈다며 자치단체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동엽이 오렌지쥬스와 맥키스를 들고 요란하게 섞어마시는 장면이 이미지와 음성으로 청소년에게 노출돼 2차 폐해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가뜩이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섞어마시는 게 유행이라 청소년들이 이 광고를 보고 들으면서 ‘폭탄주를 제조’해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맥키스는 알코올도수 21도짜리 칵테일용 술이다.

이처럼 꼼수 광고 논란에 휩싸인 맥키스를 접하다 보니 문득 20여년 전 출시됐던 우유탄산음료 ‘밀키스’의 광고가 떠올랐다. 영웅본색1·2, 첩혈쌍웅 등의 영화로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그의 한마디가 매우 강렬했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사랑해요 밀키스’ 이 한 마디는 그의 올드팬들에게 여전히 각인돼 있다. 카피 하나가 아직도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광고 한번 하지 않고 밀키스를 400억원 어치나 팔았다. 러시아에도 수출해 신한류 음료로도 불렸다.

광고 효과는 대단하다. 인기인이 출연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그것이 청소년과 어린 아이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형마트와 맥키스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선양은 이 부분에서 더 신중했어야 했다. 전국 유통망이 없어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까지 탓할 순 없다. 하지만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술광고를 진행한 건 자사의 이익이라면 청소년에게 해가 돼도 괜찮다는 기업의 ‘검은 생각’으로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다.

선양 조웅래 회장은 지난 1일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에서 “지난 6년간 공들여 만든 맥키스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선양은 건전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건전음주 정착을 노력하면서 청소년을 염두에 두지 못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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