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라서, 인턴이라서…” 인권 사각지대

입력 2013-05-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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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인격 모욕 비일비재… 아르바이트생, 손님·사장·노동강도 3중고 시달려

#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문양(19)은 최근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저녁타임 근무를 서고 있는 도중 취객손님의 진상에 한참을 시달린 것이다. 늦은 시간 술에 잔뜩 취한 장년 남성 2명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반말로 자리에서 커피를 내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연세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한 문양은 정확한 주문을 받으러 직접 자리로 찾아갔다. 하지만 문양이 정확한 메뉴선택을 요청하자 돌아온 것은 심한 욕설과 인신 공격성 폭언이었다. 문양은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며 “주변 손님들도 분위기가 안 좋아서 최대한 참고 빨리 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 취업준비생이었던 민씨(26)는 3개월 전 한 대기업의 마케팅팀에 인턴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직무 이해와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불신과 상처만 남았다. 민씨를 힘들게 한 것은 기준도 모르는 평가들이었다. 매일 밤 10시까지 야근을 한 뒤 집에 돌아와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동기들과 경쟁에 시달렸지만 기업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동기 하나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게다가 동기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회사는 쉬쉬하며 사과로 일단락 지었지만 어느새 기대보다 실망이 커졌다. 민씨가 이렇게 고생하며 한 달에 받은 돈은 100만원 남짓. 민씨는 “인턴제도가 갑의 횡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감정노동자 문제와 함께 불거진 갑·을 논란으로 노동현장에서 매너와 품위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약자층에 놓여있는 아르바이트생들과 인턴은 인권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 돼 있다. 청년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뾰족한 탈출구도 없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0대 고용률은 역대 최저 수치인 55.8%를 기록했다.

인턴은 일반 정규직과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지만 돌아오는 대가는 터무니없이 작다. 이들은 인격적인 모욕에도 쉽게 노출된다. 앞서 민씨의 동기와 같은 사례에서도 인턴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윤창중 사건'에 피해자 여성도 인턴 신분이었다. 이를 감내하고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며 일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증은 없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놓인 환경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주로 서비스 업종에서 종사하고 있어 대부분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손님들의 진상과 가게 사장과의 관계,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노동강도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18세 미만 청소년 830명 중 40.2%는 폭언 등 인격 모독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여전히 계약서 작성 등의 기본적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아 노동권 침해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층 스스로 단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30일 노동부로부터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단체인 ‘알바연대’도 최근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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