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밀어내기 근절, 정부가 할 일- 강구귀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05-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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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 기자들에게 보낸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 10일 김웅 대표가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정승훈 총무에게 사과를 했다며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다. 언뜻 화해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인 정 총무는 사진을 보도자료로 보낸 것에 대해 펄쩍 뛰었다. 남양유업 직원이 억지로 끌어당겨서 악수했다는 것.

더 재미있는 것은 김 대표가 사과하는 동안 남양유업 직원이 그에게 우산을 씌워준 점이다. 의전상 그렇다고 쳐도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비를 맞아가며 본사 앞에서 시위한 대리점주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안 그래도 자신들보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기자회견이 먼저였는데 우산까지 쓴 김 대표의 사과가 마치 공수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대리점주들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일까. 피해자협의회 측은 기존 남양유업 임직원 10명을 검찰에 고소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40명으로 고소 인원을 대폭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밀어내기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건영 빙그레 대표 등이 밀어내기에 대해 일벌백계하겠다며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과 대리점이 거래상 맺는 계약서의 표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통업계의 밀어내기는 갑자스러운 일이 아니라 수십년간 지속돼온 관행이다. 이런 점에서 불공정 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근절대책이 필요하다. 차제에 현행 도매유통구조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에겐 갑·을이 따로 없어요. 동반성장이란 말이 뭐죠?” 모범적으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업체 직원의 말이 귓전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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