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재계 마당발]기업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입력 2013-05-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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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기업 총수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회사 이미지를 단숨에 깎아내리던 때였다.

어떤 회장님은 억울(?)하게 매 맞은 아들을 위해 직접 복수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구설수에 올랐고 “아비의 심정이었다”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나 세상은 회장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 다른 재벌가 2세는 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50줄이 넘은 직원에게 “한 대 맞는데 300만원씩”이라며 매 값도 정했다, 그에게 적잖은 비난이 쏟아졌고 한번 낙인된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장학사업에 매진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선대 회장의 이미지도 무너졌다.

이제는 ‘직원 리스크’라는 말이 더 유행한다. 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의 일명 ‘라면 상무’가 시작이다. 조직원 하나가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쉽게 망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라면 상무가 논란이 되자 포스코의 또다른 임원은 “너희(다른 기업)가 당할 것을 우리가 대신했으니 저작권료를 내라”고 했다. 세상은 이 말 한 마디에 한 번 더 공분에 휩싸였다.

적어도 이제껏 기자가 만났던 포스코 임직원들은 ‘강철맨’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강철보국’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몇몇 임원 탓에 나머지 조직원의 노력까지 폄하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남양유업이 직원 욕설 파문에 휘말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는 단박에 무너졌고,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불매운동까지 번졌다. 이쯤 되자 회사는 ‘멘탈 붕괴’ 상태가 됐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업계 전반에 걸쳐 칼을 들었다.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대대적인 ‘물량 몰아내기’관행이 조사 대상이다.

또 최근에는 불산누출 사고를 낸 한 기업의 사업부 수장이 불산 사고에 대한 책임조치가 어떻게 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난 돈만 벌면 된다”고 답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친한 기자들에게 농담식으로 한 이야기지만 적절치 못한 발언인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장사를 잘하고 이익을 남기는 기업은 많다. 그러나 조금 덜 남더라도 원리와 원칙을 지키며 반듯한 이미지를 꾸려가는 기업은 드물다.

우리는 조직원 하나하나가 똘똘 뭉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그들에게 편견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쌍용차가 좋은 예다. 고객은 품질이 조금 모자라고 성능과 연비가 부족한 줄 뻔히 알면서도 쌍용차를 다시 산다. 그 뒤에는 몇 번이고 넘어지고 무너져도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는 조직원의 의지와 기업 이미지가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밥보다 이미지를 먹고 산다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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