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신의 늪]대형 건설 ‘대형 손실’…개미만 몰랐다

입력 2013-04-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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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어닝쇼크’ 투자자는 ‘멘붕’…얼어붙은 투자심리 ‘불신’만 키워

“희망이 없어요.”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잇따른 ‘어닝쇼크’, 만도 ‘우회 증자’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으로 인해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련의 사태들이 시장을 ‘멘붕’(멘탈 붕괴) 상태로 빠뜨리고 있다.

◇또 대형 손실…대형사 불신 팽배 = 투자자들은 앞으로 대형 건설사의 실적 발표 때마다 예기치 않은 대형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앞서 GS건설이 1분기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발표해 이미 건설주 전반의 대량 매도세를 촉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사업장이라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에서는 예견됐던 결과로 경영진이나 회계법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초 약 5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기 전날까지만 해도 애널들은 GS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을 520억원(컨센서스 기준)으로 전망했다.

그 어떤 증권사도 GS건설의 정확한 손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GS건설의 실적 발표 보름 전 메리츠종금증권은 리포트에 “올해 해외수주 모멘텀과 특화사업 확대가 기대된다”며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내놨다.

지난 2월 한화투자증권 역시 “대형공사 수주 모멘텀과 해외 악성 사업장의 잠재 부실 정리가 긍정적”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 만도는 자회사 마이스터에 37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마이스터는 3358억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공식적으로는 만도가 마이스터의 물류 인프라 강화 및 신사업 전개라는 명목하에 유증에 참여한 것이지만, 결론은 한라건설에 직접적 출자가 불가능한 만도가 마이스터로 우회해 유증에 참여한 셈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5일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는 악몽”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고, 목표 주가를 17만원에서 8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심지어 주주들은 아예 제동을 걸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만도 계열사 마이스터의 한라건설에 대한 증자납입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

만도의 의결권주식 32만1586주(1.77%)를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 12일 결정된 만도의 마이스터를 통한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 결정은 28%의 대주주를 제외한 72%의 만도 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15일 만도의 100% 자회사 마이스터에 대해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결국 신뢰 문제다 = 금융투자업계는 각각의 사안 자체는 다르지만 ‘신뢰’라는 부분에서 이들 사안을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GS건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고, 만도는 어려운 계열사에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에둘러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들은 시장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기본적 신뢰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GS건설이나 만도의 문제와 함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호재만 내놓았을 뿐 악재는 숨겨온 각 증권사 애널들에게도 2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라면 수년간의 글로벌 경제 상황과 업황을 감안해 보수적 관점에서 기업 분석을 했어야 한다”며 “작년 3분기 에스엠과 이번 GS건설 등 애널리스트들이 ‘우량주’로 추천했던 상장사들이 참혹한 실적을 내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기업을 직접 탐방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에 비해 기업을 직접 살펴볼 기회가 없는 개인투자자들의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다시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만 주식을 매수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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