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대화가 소용없을 때는 없다- 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입력 2013-04-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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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걷던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한국과 미국의 대화론과 북한의 관망세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및 전쟁위협 언동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국과 미국의 대화의지 표명으로 약간의 여유를 보임으로써 북한이 추가적 도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가 먼저 북한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북한 정권도 이제 출구를 찾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겉으로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하지만 “앞으로 대화는 남측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여운을 남겨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이후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북한에 전달된 이후의 상황에 따라 한반도 상황의 전개 방향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한·미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4월 말에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중국이 적극적 중재에 나선다면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의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이 오판을 할 가능성도 잔존한다. 북한이 끝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내부의 정치적 동기에서 우발적 도발을 감행하여 국지적이라도 군사적 충돌을 야기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는 다시 악화될 것이다. 이럴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제재에 들어가고, 미·일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경제제재도 추가된다면 대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미의 대화론과 북한의 관망세로 한반도 위기가 일단 숨고르기로 들어간 이 시점에서 상황 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대화 국면을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양국 정부의 지혜와 중국의 협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의 호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상황을 조심스럽게나마 기대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사태를 해결하기를 주문해 왔는데 미국이 대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만큼 미국과 공조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조가 탄력을 받는다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공동 해결을 통해 향후 미국과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사력 강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경계의 대상이다. 일본은 외면적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고 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반도의 긴장이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실탄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해야 할 주체로서 올바른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 위협 세력을 두려워하여 끌려다녀서는 안 되지만 과도한 자신감으로 전쟁을 쉽게 생각하거나 위기를 무감각하게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쟁 위협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대비하면서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당당하게 대화하는 노력을 중단하면 안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전쟁 중에도 적과 대화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전쟁은 언제나 큰 희생을 수반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대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생명과 재산의 피해는 원상대로 보상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북한핵은 대화로 폐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하면서 정부의 대화 제의를 ‘전략 부재의 산물’ 또는‘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로 치부하는 일부 발언은 주인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대비와 함께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가는 지혜와 전략은 더 중요하다.

전쟁은 결코 실험이나 모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총 들고 나가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 전쟁은 막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최근 대화 제의를 전략적 인내의 부재로 폄하하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고조되어가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은 최선을 다해 완화하는 것이 순리이며, 그것이 바로 올바른 관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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