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은 광고 전쟁터]“광고판을 점령하라”

입력 2013-04-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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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프로스포츠 도입 후 기업 광고경쟁 본격화

“야구 반, 광고 반이네.”

야구 마니아인 디자이너 임재승(43)씨의 말이다. 그는 주말·휴일이면 늘 야구장을 찾는다. 평일에는 TV나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본다. 그러나 요즘 부쩍 늘어난 광고 탓에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감됐다. 임씨는 “넘치는 광고는 프로야구 인기를 대변하지만, 때로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기업(브랜드) 광고는 스포츠산업 육성과 붐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구단과 관련협회는 물론 선수들의 몸값(가치)을 결정짓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평론가 신명철씨는 “광고의 증가는 스포츠산업 발전 및 붐과 직결된다”며 “1980년대 야구·축구 등 프로스포츠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기업광고 경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또 “광고가 많은 스포츠는 분명 인기 스포츠다”라며 “철저하게 상업화를 금지해온 올림픽도 기업 광고의 전장이 돼버린 지 오래다. 스포츠 대중화와 광고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광고 수단과 방법은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광고 수단은 크게 TV광고와 경기장 시설물로 나뉜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모자와 유니폼도 광고판이 됐다. 또 TV중계방송 중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스폿광고도 부쩍 늘었다.

특히 프로야구 TV중계의 광고 증가가 눈에 띈다. 공수 교대 시뿐 아니라 투수 교체와 일시적인 경기 중단 때도 여지없이 광고로 채워진다. ‘야구 반, 광고 반’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기업(브랜드)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이벤트성 광고도 눈길을 끈다. ‘오늘의 명장면’ ,‘오늘의 베스트 샷’ 등이다. 당일 열린 경기에서 명장면을 소개하거나 정기적으로 MVP를 시상하는 방식이다.

일본 브리지스톤스포츠의 골프용품을 수입하는 석교상사는 파이즈라는 브랜드 이름을 걸고 ‘오늘의 샷’을 후원하고 있다. 이 회사 마케팅팀 인유진씨는 “명장면이나 베스트 샷은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다”며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고 만족도도 높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인 호텔조인은 프로야구 5회말 종료 후 운동장 정리 시간을 이용한 ‘사랑의 프러포즈’를 진행한다.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으로 대형 전광판에 기업(브랜드) 로고와 이벤트 장면이 공개된다. 서상범 호텔조인 마케팅팀장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광고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기업 이미지와 광고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 PR 광고는 스포츠산업 발전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기업 PR 광고가 스포츠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도를 넘은 과다 광고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PR 광고는 선수들의 플레이마저 삼켜버릴 듯한 기세다. 정장훈 우리은행 한새 여자스포츠단 사무국장은 “냉정한 말이지만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스포츠팀은 존재 가치가 없다”며 “물론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광고 방법과 위치도 대단히 중요한 만큼 자사 광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번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 광고는 인기 스포츠를 따를 수밖에 없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로서는 맥이 풀리는 일이다. 과다 광고는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여자프로복싱 주니어플레이급 세계 8대 기구 통합챔피언 김주희(27·거인체유관)의 코치 정문호씨는 “타이틀 방어전을 위해서는 약 2억원이 필요하다”며 “후원 기업은 TV중계를 통해 홍보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대부분 후원을 꺼려한다”고 털어놨다.

스포츠평론가 신명철씨는 “기업 PR 광고가 인기 스포츠를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지금처럼 실력보다 상업성(외모, 인기 등)에만 편중된다면 진정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들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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