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현대차 최대 위기 ‘차기 제네시스’로 넘겠다

입력 2013-04-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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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생산량 확보, 출시시기… 3대 조건 달성하라” 강도 높은 주문

‘제네시스 쿠페’ 후속 모델 품평회가 있었던 10일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통상적인 개발 품평회 자리였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전에 없이 냉랭했다. 이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턱에 대고 한참 동안 차량을 응시했고, 곧 이어 강도 높은 주문이 쏟아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정 회장은 내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차기 제네시스 모델(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개발에 대해 더 높은 품격과 완성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후속 모델을 내년 1월께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에 출시한 제네시스의 완전 변경 모델이다. 제네시스 쿠페도 내년 상반기 출격이 예정되어 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만든 후륜구동 차량인데다 고급화 전략의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제네시스가 ‘현대차 사상 최대의 위기’를 한 번에 해결해 줄 ‘키(Key) 모델’이라고 정 회장이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1분기 영업실적에 적잖은 악영향을 받았으며, 엔저까지 겹치면서 일본차의 경쟁력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미국 시장도 문제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비사태에 이어 얼마 전에는 브레이크 등 스위치 결함으로 현지에서 190만여대의 리콜을 겪었다. 올해 1분기 미국 전체 신차 판매는 전년보다 평균 6.4% 늘어났지만 현대차는 0.5% 증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파격적인 판매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강수까지 썼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가 주말 특근을 다섯 차례 거부하면서 지금까지 총 3만4000대, 금액으로는 6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입었다.

이날 정 회장은 제네시스 후속 모델이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주문했다. ‘품질은 기본’이며,‘국내 공장 생산량 확보’, ‘적절한 출시시기’가 그것이다.

우선 프리미엄 모델에서 최고의 품질을 보여줘야만 리콜이라는 악재를 딛고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상승시킬 수 있다. 게다가 제네시스 후속은 북미 시장에서 BMW, 벤츠 등 해외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는 만큼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현대차는 제값 받기 정책을 고급 차종까지 확대시키기 위해 제네시스 후속 모델을 전면에 앞세울 방침이다. 현재 에쿠스, 제네시스 등은 국내보다 미국에서 최대 40% 가량 싸게 판매되고 있지만, 후속 모델부터는 품질을 바탕으로 수익성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제네시스의 안정된 생산을 위해서는 국내 공장의 생산량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제네시스는 울산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어 이 공장의 생산차질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의 첨병인 제네시스가 문제없이 공급되기 위해 정 회장은 울산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적절한 출시시기 주문도 최근의 국내 외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판매물량 4만4788대 중 2만6735대(59.7%)는 수출됐고 1만8053대(40.3%)는 국내에서 팔린 만큼, 국내와 해외 어느 한 시장도 놓칠 수가 없다. 관련업계는 미국에서는 경쟁 차종의 출시 시기를 감안하고, 국내에서는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심리 호전 때를 겨냥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기 제네시스가 정 회장의 기대처럼 현대차의 위기를 돌파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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