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출구가 없다]의사 결정에 주민참여… ‘협력’이 답이다

입력 2013-04-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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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크랜드 민자유치·제도 뒷받침… 일본, 롯본기힐스도 성공적 모델 꼽혀

현재까지 대한민국내 모든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집을 싹 쓸어버린 뒤 최대한 빨리 짓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사업 자체가 전적으로 주민과 민간 건설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오직 수익률을 최고의 목표로 내달렸다. 그렇다보니 지금과 같이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민간의 수익률이 저하되면 거의 모든 사업장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앞서 구도심 쇠퇴 문제를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는 어떨까. 영국과 미국, 일본 등의 재개발 방식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느린 재개발이 핵심이다.

재개발 사업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방치된 창고들만 늘어서 있던 폐항구였다. 본격적인 개발은 1981년 보수당의 대처 정부가 런던 도크랜드 개발 공사를 설립한 이후 이뤄지기 시작했다. 2조원 가량의 큰 돈을 투입한 만큼 영국 정부는 서두르지 않았다. 사업계획을 세우는데만 10년 이상 걸렸고 학교와 도로 등 기반시설부터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도크랜드의 재개발 핵심은 전적으로 경제성에 입각해 재개발한 것이다. 공적자금은 주요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고 이외의 것은 대규모 민간부문 투자를 유도했다. 개발 시기를 단축하기 위해 종합적인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 용도별 개별 용지를 매각하고 수익금으로 필요 사업을 수행했다. 쇠퇴한 부두지역이었던 도크랜드가 성공적인 재개발 도시를 재탄생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영국 정부의 체계적인 개발계획과 민자유치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명소인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도 도심 재개발사업의 성공적 모델로 꼽힌다. 주거공간은 물론 각종 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걸린 기간이 무려 17년이다. 1986년부터 2003년까지 수백 차례의 주민간담회가 열렸고 주민 보상에 든 기간만 11년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특히 재개발에 있어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돼 왔다. 1970년대부터 추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마츠즈쿠리(마을만들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치즈쿠리의 특징은 재개발 지역 내에서 순환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의 의견을 사업계획에 철저히 반영해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1998년부터 2000년에 걸쳐 '마을만들기 3법'을 제정하면서 물리적 정비 위주의 도시재개발에서 주민참여와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측면의 발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꾼 바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느리지만 체계적인 재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도시개발 컨트롤타워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은 공공이 나서 도시개발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재개발(도시재생) 전담기구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국가, 지자체, 민간의 협력 체계를 매우 잘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역개발공사(RDA)가 지역경제개발전략 방침을 결정하고, 일선 정부지방사무소(GOs)내 지역전략회의(LSPs)가 이를 받아 민간기업과 협의해 사업계획을 짜는 형식이다. 또한 지역개발공사는 일선 지자체 등과 금융 출자를 통해 지역내 주요 도시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도시재생공사(URC)를 설립한다. 지역개발공사는 이들 도시재생공사에 재개발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지출한다.

민간에 의한 도시슬럼지역 정비에 재개발 초점이 맞춰져 있던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공영개발 개념을 대폭 보강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방식도 민간과 공영개발을 적적히 혼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공영개발 주체로는 각 지역의 비영리단체까지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놓고 있다. 특히 공영재개발은 원주민(세입자 포함) 정착률을 높이고 자립형 도시개발이 이뤄지도록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일본은 도시 재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접근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도시 재개발 사업에는 공영개발 방식과 공영과 민간의 혼용 방식이 적극 도입된다. 국가기구인 도시재생(재개발)본부가 조직돼 있다. 특히 정부는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도시경쟁력 제고차원에서 도시 재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시가 도시재생에 있어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키로 하는 등 기존 재개발 방식에 대한 대안 제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답보상태에 놓인 도시재생사업이 재추진되기 위해선 장기간 걸친 다양한 주체의 합의와 주거, 문화 등에 대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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