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아들’ 안 나오는 드라마, 어디 없나요

입력 2013-03-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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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재벌 전성시대… 화려한 삶 볼거리 제공하지만 소비지향 이미지 우려도

안방극장은 재벌 공화국이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중 재벌 혹은 재벌 2세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현실 속에서 재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지만 드라마에선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게 재벌과 재벌2세다.

SBS ‘야왕’등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16편의 주연과 주연급 등장 인물 62명의 직업을 분석해 본 결과 재벌이나 대기업 경영자가 약 37%(23명)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이나 공무원은 약 29%(18명)를 차지했다. 생산직 단순노무자는 약 11.2%(7명)이고 의사·변호사·검사 같은 전문직 비율이 약 9.6%(6명)다. 주부는 약 4.8%(3명), 무직이 3.2%(2명) 정도다. 이 밖에 연예인, 플로리스트, 겜블러 등 기타 부문이 8%(5명)를 차지한다. 특히 재벌이나 대기업 경영자 비율이 평사원이나 공무원보다 많다. 드라마 16편 중 13편에 빠지지 않고 재벌 또는 재벌2·3세가 등장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거의 일주일 내내 TV 드라마를 통해 재벌을 만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속 재벌 혹은 재벌2세의 캐릭터의 등장 비율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재벌과 재벌2세가 등장하는 셈이다.

재벌과 재벌2세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자세히 살펴보자.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SBS ‘야왕’의 김성령·정윤호(재벌2세)와 KBS ‘광고 천재 이태백’의 조현재(광고회사 외아들) 박하선(재벌2세)이 해당된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대기업 상속녀)와 MBC ‘7급 공무원’의 주원(그룹회장 아들)이 연기한다. 주말에는 SBS ‘내 사랑 나비부인’의 박용우(백화점 회장 장손)와 SBS ‘돈의 화신’의 황정음(저축은행 후계자) 등이 재벌 혹은 재벌2세로 등장하고 있다.

다음달 6일 첫 방영될 MBC ‘금나와라 뚝딱’에서는 연정훈과 이태성이 재벌 후계자 전쟁을 펼칠 예정이다. 이제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는 재벌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드라마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필수 캐릭터가 됐다.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의 황동주(가구회사 회장 아들)와 SBS 아침드라마 ‘당신의 여자’의 박윤재(그룹사 부사장)다.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서현진·오연서(그룹 회장 자녀), SBS 일일드라마 ‘가족의 탄생’에서는 이채영(홈쇼핑 회사 회장 외동딸)이다.

심지어 드라마 한 편에 두 재벌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과 KBS 일일드라마 ‘힘내요 미스터 김’이다. ‘백년의 유산’은 이정진(부잣집 외동아들)과 박원숙(식품회사 대표)이, ‘힘내요 미스터 김’에서는 왕지혜(힐링푸드 회장 딸)과 양진우(힐링워터 회장 외아들)가 등장한다.

이처럼 드라마에 현실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재벌 혹은 재벌2세가 필수요소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화려하고 도도하게 살아가는 재벌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대중도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시청자들은 자신이 그들처럼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사는 세계를 가까이에서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드라마에 재벌을 비롯한 부자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재벌공화국으로 전락한 안방극장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양혜승 경성대 교수는 ‘언론학연구’에 발표한 논문 ‘드라마의 호화로운 삶 묘사가 프로그램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에서 “단기적으로 시청자들은 화려한 이미지의 드라마를 즐겁게 만끽하지만 그 즐거움과 함께 은연중에 습득한 화려한 삶의 이미지들은 장기적으로 자아 관련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양 교수는 “우리 드라마가 과도하게 부유층 지향적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실제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드라마 속 등장 인물들의 사회적 지위가 지나치게 높은 건 아닌지, 등장인물들이 향유하는 물질적 소비의 이미지가 과도하게 화려하진 않은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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