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박태환 사태, 정말 징계감은 누구

입력 2013-03-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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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영연맹이 박태환(24)에게 지급해야 할 올림픽 포상금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문제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영연맹이 결국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했다.

잘 알려진 대로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판 보도를 통해 “올림픽 영웅(박태환)을 홀대한 것에 대해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하며 박태환이 홈쇼핑에까지 등장해 건강보조식품을 홍보한 상황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 같은 출연에 대해 이른바 한물간 유명인이 돈이 필요할 때 하는 행태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발단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딴 박태환에게 5000만원의 메달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태환의 팬이건 아니건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수영연맹은 스스로 정한 규정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대신 그 돈을 다이빙 유망주들의 전지훈련비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25일 정부광 수영연맹 부회장은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출연해 “차기 이사회에서 포상금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며 “포상금 미지급이 괘씸죄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 박태환은 런던올림픽 이후 체육회의 뜻에 반해 조기 귀국했고 이후 수영연맹이 주관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체육회나 연맹 차원에서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사전에 선수와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졌다면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연맹과 선수 사이에 어떤 마찰이 있었는지는 차후에 잘잘못을 가려도 되는 문제다. 수영연맹은 선수에게 포상금을 먼저 지급해야 선수에게 잘잘못을 물을 당위성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포상이 아니라 징계감”이라는 수영연맹회장의 발언도 설득력이 없음은 당연하다. 징계가 마땅하다면 규정대로 포상금을 지급하고 난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따르면 될 일이다. 연맹 수장이 공석과 사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징계감”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다.

정 부회장이 차기 이사회에서 포상금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발 원래부터 차기 이사회에서 지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박태환에게 지급돼야 할 포상금은 지난 이사회에서 다이빙 유망주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한 마당에 행여나 보도가 와전됐다는 말은 하지 말길 바란다는 뜻이다. 더구나 유망주들에 대한 지원금으로 쓸 요량이었다면 마땅히 이사회의 이름이 아닌 박태환의 이름으로 기부돼야 이치에 맞는다. 이처럼 일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에서 다이빙 유망주들은 제대로 훈련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스스로 규정을 어기고 포상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관계자들이야말로 징계감이 아닐까. 이들에 대한 징계는 누가 할 것이며 차기 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매진해야 할 선수가 입은 상처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어느 한 쪽의 말이 무조건 옳고 어느 한 쪽은 무조건 그르다고 말하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정이라는 것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규정대로 지급해야 할 것을 지급하고 선수측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는 납득할만한 처리를 바란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사석에서나 할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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