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애플 따라하기 이젠 그만!

입력 2013-03-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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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1980년대 금성하이테크 TV광고 문구다. 당시 금성은 이 문구에 힘입어 제1회 한국방송광고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모든 제품의 내구성이나 유행이 10년을 기준으로 한데서 나온 말일 거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달라졌다. 10년은커녕 하룻밤 새에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신제품들이 쇼윈도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혁명을 일으킨 선두주자가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i)’ 시리즈로 MP3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바이스의 혁명을 일으키며 ‘애플 경제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정보기술(IT) 업계가 10년 가까이 애플 경제권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것도 고 스티브 잡스의 마법이 사라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애플은 잡스시대 전후가 판이하다. 최근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도 하락일로인 데다 작년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에 선두를 내줬고 신제품으로 내놓은 ‘아이폰5’ 판매는 신통치 않다.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도 이제 못 만드는 회사가 없다. 거대 경제권을 형성해온 애플 이노베이션의 힘이 퇴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애플 경제권에 의존해오던 기업들도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때가 왔다는 의미다.

지난 1월 애플이 1분기 아이폰5 부품 주문 물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소식은 IT업계에 청천벽력이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이 중국 팍스콘일 것이다. 팍스콘은 대만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팍스콘은 2월 중국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이폰5용 주문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을 떨치지 않고 있다. 당장 팍스콘의 실적이나 현지 실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샤프 같은 일본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전용 중소형 LCD 패널사업을 재기의 발판으로 내세운 샤프로서는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 애플이 대고객인 재팬디스플레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특허분쟁을 계기로 애플과 거리를 둬 왔기 때문에 영향은 덜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사정이 다르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 매출의 25%,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기 때문.

업계는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워치’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도 갤럭시워치를 만든다고 한다. 다른 기업들도 따라 나설 것이다.

과연 애플 따라잡기가 정답일까.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타라기 겐 전 소니 부사장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며 “클라우드컴퓨팅이 차세대 주역이 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하고 있다. 구름을 지배하는 자가 IT를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애플은 서서히 곪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애플의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할 것인가. IT업계는 스마트폰 너머의 것을 잡아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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