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ㆍ스포츠 '어둠의 경제']한국사회 표절 불감증… 한류까지 망신살

입력 2013-02-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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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표절 원인과 실태

한국 대중문화사에 가장 큰 오명 중 하나가 표절이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도용해 자신의 것인 양 발표하는 표절은 방송,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다. 오죽했으면 일본 등 외국 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표절왕국’이라고 비판했을까. 최근까지도 부끄러운 오명은 가실 줄을 모른다.

표절이 대중문화 속에 가장 깊게 파고든 곳은 가요계다. 최근 가수 박진영이 작곡한 ‘썸데이(Someday)’의 표절 법정 시비가 가장 뜨겁다. 작곡가 김신일이 저작권자임을 주장한 이번 소송에서 박진영은 1·2심 모두 패소했다.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룰라의 ‘천상유애(1995)’, 김민종의 ‘귀천도애(1996)’는 일본 가수의 곡을 표절해 많은 팬들에게 상처를 줬다. 2006년에는 가수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모던 록그룹 더더의 ‘이츠 유(It’s you)(1998)’를 표절했다는 법원 최종 판결을 받았다. 가수 이효리는 4집 앨범 ‘에이치 로직(H-Logic)’ 수록곡 중 작곡가 바누스에게 받은 6곡의 표절을 인정하고 가수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또 작곡한 바누스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드라마도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야다. 방송 초창기부터 일본과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을 표절하고 모방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았다. 1999년 한 드라마의 표절 사건은 방송 표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놨다. 바로 MBC 월화드라마 ‘청춘’의 일본 TV드라마 표절이었다. 첫회 방송 후 등장인물과 상황 설정, 전개 등이 1997년 일본 후지TV 드라마 ‘러브제너레이션(1997)’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고, 방송위원회는 ‘청춘’이 표절했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제작진은 예정된 16회 방영을 10회로 축소해 조기 종영했다. 또 사과 방송까지 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2년에도 MBC는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이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를 표절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결났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청춘’과 ‘여우와 솜사탕’을 쓴 작가를 모두 영구 제명했다.

영화 역시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가 할리우드 ‘데이브(1993)’와 스토리 구조가 비슷하다는 네티즌과 관객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신성일 주연의 ‘맨발의 청춘(1964)’를 포함한 수많은 영화가 표절 의혹에 시달렸다.

이처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행해지고 있는 표절은 수많은 창작자의 창작 의지를 꺾고 있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표절 논란이 일면 대형음반 기획사가 저작권자와 서둘러 합의하는 방식은 다른 작곡가의 창작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절에 대한 너그러운 사회적 인식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드라마 분야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질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김지숙 저작권팀장은 “작가가 대중적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소재인 이미 검증된 코드, 트렌드, 극적인 장치들을 드라마에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소재를 너무 쉽게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법적 판결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손정달 사무국장은 “저작권 침해의 근거가 되는 실질적 유사성이 워낙에 모호하기 때문에 저작권법에서도 명확한 규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중문화계 일각에서 표절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보인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음악 창작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예방교육 강좌를 개설해 창작 윤리에 대해 강의한다. 또한 한국연구재단과 공동으로 어문, 음악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개발했다. 작품 공개 전에 유사한 작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 관계자는 “시대가 변했다. 표절한 것은 네티즌이 반드시 찾아낸다. 창작자가 먼저 챙기는 것이 망신을 피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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