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전미정·김하늘, “최고보다 일류돼라” [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

입력 2013-01-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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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LPGA)
박인비(사진), 전미정, 김하늘. 지난해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각각 상금왕에 오른 선수들이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와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시즌 후반 10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전미정은 일본열도 ‘골프한류’를 주도했다. 지난해 4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한국선수 3년 연속 상금왕 기록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국내 ‘골프여왕’은 김하늘이다. 그는 시즌 후반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2년 연속 상금왕을 거머쥐었다.

이들 세 명은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프로골퍼다. 실제로 지난해는 그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그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프로골퍼로서 상금왕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새 시즌을 맞은 이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메이저대회 우승과 다관왕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동계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체력과 숏게임, 멘탈 등 겨울 동안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그러나 기술 보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초심이다.

프로골퍼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자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나 자신이다”라는 말이다. 훌륭한 답변이다. 나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누구와의 대결에서도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초심이다.

하지만 초심 유지는 쉽지 않다. 초심을 잃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후배 선수들은 늘어난다. 선배는 이미 익숙한 코스와 환경에서 플레이를 펼치는 만큼 관록과 노련미가 후배보다 낫다.

반면 신인 선수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믿을 것이라곤 젊음과 패기밖에 없다. 제 실력 발휘도 쉽지 않은 환경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신인시절에는 많은 선수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만만한 상대라는 뜻이다. 제아무리 주니어무대에서 날렸다 해도 프로무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선배들의 텃새도 존재한다. 일부 선수는 후배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과 언행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요즘 신인들은 기본이 안 돼 있다”라며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선수도 있다. 바로 그것이 초심을 잃어버린 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군기’를 강요하는 기업도 있는 듯하다. ‘신입사원답게 패기 있게 행동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선배들도 있다.

초심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처음에 가진 마음’이다. 초심이 무너지면 어떻게든 나를 긍정하려 하고, 나보다 남을 의식하게 된다. 초심에서 생각했던 ‘나와의 싸움’보다 주변 사람과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신인 시설의 의욕과 패기, 과감한 플레이는 나이가 들수록 혹은 경기 경험이 쌓일수록 수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물론 관록과 노력미로서 경기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열정과 패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혼 없는 플레이다.

다시 원점이다. 박인비, 전미정, 김하늘은 훌륭한 선수들이다. 어떤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기도 하다. 지금의 부와 명예는 온전히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그러나 여왕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모두가 일류는 아니다.

초심이 흐트러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수 십 년 노력으로 쌓아올린 공덕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주변이나 환경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는 사람, 라이벌이 있다면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고 말하며 실천하는 사람, 높은 곳에 있어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일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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