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박 당선인과 면류관

입력 2013-01-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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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후 가장 인상적인 풍경 하나는 캠퍼스 곳곳에 만장처럼 펄럭이던 각종 플래카드였다. 동문회와 향우회는 그렇다쳐도 어학강좌 플래카드가 왜 그렇게 많았는지. 내걸린 문구도 하나같이 그럴듯 하다. ‘토플 3개월 완성’, ‘vocabulary 3개월 완성’, ‘단기’,‘속성’…. 영어정복을 꿈꾸는 학생들이 솔깃할 만 했다.

광고도 이런 광고가 없다. 토플 3개월 완성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 아닌가. 대다수는 이와 전혀 무관한 실력자들이다. 강사의 청산유수 언변과 카리스마스에 농락당했다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강사에 대한 수강생의 신뢰는 높았지만 그 지식이 수강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결과다. 강사의 일방통행, 요즘으로 치면 ‘불통’했기 때문이다.

오는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박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신뢰의 정치인’이자‘불통의 대명사’였다. 신뢰를 중시하는 점에서 공약이행에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만 5세까지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시행 등 공약이행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국회는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2조4000억원 가량을 반영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박 당선인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가계부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잔액은 937조5000억원이다. 평균부채보유액은 8187만원. 10가구 당 6가구 이상이 빚을 지고 있다.

정부부채 증가도 문제다.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정부부채 비중은 2008년 81%에서 지난해 109.9%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도 가계부채 줄이려다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기대에 부응키 위해 단기성과에 집착할 경우 자칫 불통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인수위와 새정부를 거치면서 각종 공약과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지겠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가계 대책만 봐도 그렇다.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 조성과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등을 놓고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손실 보전이나 재원마련도 아직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약은 이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박 당선인은‘소통’보다는‘불통’이미지가 크다. 소수 측근에 의존하는‘인의 장막’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측근은 ‘주군’이 듣기 좋게 끔 사실을 왜곡하기 쉽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 군주가 즉위하는 날 구슬줄과 솜방울이 촘촘한 면류관을 쓴다고 전한다. 구슬줄로 시야를 가리고 솜방울로 귀를 가려 감언이설을 일삼는 측근을 경계하고 이목을 멀리해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 들으라는 뜻이다. 급할 것 없다. 백년지대계까지는 아니어도 오년지대계만 이뤄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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