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오두진 샘표식품 홍보팀 대리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운 이유"

입력 2012-12-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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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 맘 때쯤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키워드를 주제로 한 기사들이 신문의 한 꼭지를 장식한다. 2012년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 올 한 해 사람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었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90년대'가 아닌가 싶다.

최근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오른 건축학개론에서 90년대 학번을 살아온 이들은 수지와 이제훈의 풋풋한 사랑을 지켜보면서 영화의 자그마한 소품 하나하나에도 당시의 추억을 떠올렸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했던 1997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일명 빠순이들의 이야기와 첫사랑 이야기를 담아 30대들로부터 문화적 공감대를 끌어냈다.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던 시절은 이미 시간이라는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향수에 스민 현상만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를 향한 이제훈의 짝사랑과 맥을 같이하는 토이의 '좋은사람'에서 '자판기 커피를 내밀어 그 속에 감춰온 내 맘을 담아'라는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90년대에 자판기 커피는 사랑의 메신저이기도 했다.

90년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게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준 커피자판기가 2008년 말 11만여 개에서 지난해 말 5만여 개로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대신 이제는 한 집 걸러 보이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급증하면서 커피자판기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커피자판기뿐만 아니라 우리는 하루에도 문명과 문화라는 이름 앞에 많은 것들을 잃어간다. 속도전쟁을 치르는 우리 사회에서 자칫 한눈을 팔아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디지털 문맹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짧은 시간에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그에 따른 초고속 압축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폐화된 전쟁 잿더미에서 가난을 벗기 위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급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한때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속도를 중요시하는 IT 시대에 들어서는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들어준 기질이 되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는 행위가 아니라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긴 하지만 먼 훗날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나만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키워드가 스마트한 세상과 속도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요즘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이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IT 시대의 상실감에 대한 반대급부와 아날로그적 여유와 감성이 그리워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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