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 ‘공사판’ 세종시, 행안부의 탁상행정

입력 2012-12-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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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기나긴 여정 끝에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6개 부처 이전이 이뤄지면서 새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정치논리로 세종청사 1단계 이전 부처 공무원들은 혹독한 겨울나기를 시작하고 있다.

세종시는 조선시대 르네상스를 열었던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청사의 새로운 변화와 개혁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행정부처 세종시 이전이 순수한 지역 균형발전보다 정치권의 충청권 표심잡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부분이 크다. 정치적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다 보니 세종시 이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단계 행정부처 이전이 서둘러 이뤄지다 보니 공사판 세종시에 1단계 행정부처 건물만 완공돼 불편한 점이 많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데다 편의시설이나 식당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세종시 이전에 빠진 부처다 보니 세종시 이전을 총괄하면서도 현장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처리를 해 공무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세종시 행정청사 대중교통이 전무한 상태에서 셔틀버스 도입을 반대한 부분이나 주위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행정부처 이전을 추진한 점 등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종시 경우 금강과 아시아 최대인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있어 밤과 새벽에 짙은 안개가 껴 있는 날이 많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표지판이나 가로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안개가 낀 날에는 암흑 속에서 운전을 해야 상황이다. 아직 가족이 전체 세종시로 이전하지 못한 공무원이 주말 밤 세종시에 내려올 때 안개 낀 날은 목숨을 걸고 운전하는 셈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행정안전부도 세종시에 내려와야 한다고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낼까. 행정안전부는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1단계 행정부처가 이전을 완료하고 업무를 시작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현실은 업무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열악한 환경이다. 아직 이삿짐을 제대로 풀지 못한 부서도 많고 내부 내선이나 인터넷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업무를 보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말이다. 만일 행정안전부가 내려왔다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전 공무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은 주위 식당이 없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사람이 너무 몰려 2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몇십분을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정도다.

결국 이번 1단계 행정부처 이전은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잡고자 무리한 이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주위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나서 이전해도 분명히 늦지 않았다. 무리한 이전으로 상당수 공무원이 회의나 업무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것이 많아 3~4시간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업무 효율성은 고사하고 비상사태 때 제대로 일 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북한 미사일 발사 때 기획재정부 대책회의 개최 시간이 세종시에 내려간 간부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시간 때문에 늦어져 문제가 된 일이 실제 발생했다.

명품도시 세종을 내세우기에는 초기 업무 처리가 너무 미숙하다. 공사판 세종이 명품도시로 자리잡는 데는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현지 공무원들은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이 행정안전부가 탁상행정만 일삼는다면 아마 명품세종 도시 건설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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