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워킹맘… 희망은 있다]일에 묻히고, 육아에 치이고… 90% "우울증 경험"

입력 2012-12-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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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내가 주도" 86% 달해, 휴가·여가… 누구 얘기죠?

유치원생 자녀를 둔 ‘워킹맘’ 김정화(37)씨는 일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다. 11년째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아이 돌보는 문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출퇴근하면서 유치원에 들러 아이를 정해진 시간에 맡기고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김씨는 “지난 9월 이사를 하면서 가까스로 아이 유치원을 옮겼는데 무조건 오후 6시30분에 데리고 가야 하는 곳이다. 회사 눈치를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번번이 정시에 퇴근할 수 없기에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일과 육아, 가정이라는 3중고를 겪는 워킹맘들의 삶은 버겁고 우울하다. 워킹맘들은 △일·가사·육아 3중고 △남녀 임금격차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 △직장내의 차별 등의 불이익을 호소하고 있다.

◇월화수목금금금… 고단한 ‘삶’

통계청이 발표한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만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워킹맘 중 30.6%는 경제·직업·건강 등 전반적인 삶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가사분담 실태’에 대한 응답에서는 워킹맘들의 고단한 일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워킹맘 중 가사를 자신이 주도한다고 답한 비중은 무려 86.5%에 달했다. 이는 전업주부인 ‘전업맘’이 응답한 89.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워킹맘들은 전업맘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워킹맘들은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 활용을 묻는 질문에서도 62.9%가 가사에 얽매였다.

또 휴가 기간에도 특별한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워킹맘연구소가 실시한 ‘워킹맘 여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휴가 기간에 가장 많이 한 일로 ‘아이와 놀아주기’가 73.3%를 차지했다. 2위로는 ‘육아’(13.3%), 3위는 ‘집안 일’(6.6%)이 뒤를 이었다.

또한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조사한 ‘워킹맘의 고통지수’도 5점 기준에 3.04점으로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회사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자녀양육 컨설팅기관이 설문조사한 ‘워킹맘 스트레스’에서 88.9%가 ‘우울함을 느낀다’고 답해 워킹맘들의 우울증 위험 노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휴가 기간에도 가족을 챙기고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쉴 수 없는 워킹맘들의 삶은 고달픔 그 자체”라며 “워킹맘들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및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력 단절로 남녀 임금격차 39%… OECD 1위

워킹맘의 경력 단절 문제는 곧 낮은 임금을 의미한다. 남자 동료와 입사를 같이 했어도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휴직할 경우 경력의 연속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남녀의 임금 격차는 39%에 달했다. 남녀 임금 격차는 10년째 28개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불명예를 안았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39% 정도 임금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 이 격차는 OECD 평균(15%)의 2.6배나 된다. 2위 일본(29%)과도 10%포인트 차이가 났다.

한국 남녀의 임금 격차는 10년 전인 2000년에도 40%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이후 10년간 격차는 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이웃 일본이 34%에서 29%로 낮아진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이 28%에서 21%로, 미국 23%에서 19%로, 캐나다 24%에서 19%로, 오스트리아 23%에서 19%로 각각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은 것은 출산·육아 부담에 따른 경력 단절 현상 때문이다. 육아를 마치고 다시 취업해도 이전보다 지위가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 또 한직장에 오래 근무해도 단순 사무직, 비정규직이 많은 것 역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중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순수 임금근로자는 73.6%로 이중 상용직이 37.0%, 임시직 28.7%, 일용직 7.9%였다. 고용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일용직이 상용직과 거의 같았다.

◇정부 정책, 기업 의지 ‘미흡’

워킹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제도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영유아보육법에는 여성근로자 300명, 또는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이 지역 어린이집과의 위탁계약 또는 보육수당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 때문에 기업이 굳이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려고 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기준 833개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 대상 기업 가운데 30%가량이 보육시설 설치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육아·가사 3중고에 시달리는 워킹맘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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