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양인찬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 "한국 펀드판매시장, 체질을 바꾸자"

입력 2012-12-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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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플러스자산운용 양인찬 대표이사.
금융위원회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판매사를 대상으로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상품의 몰아주기식 판매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50%룰'이다. 이 룰이 적용되면 판매사들은 계열사 상품 거래 비중이 50% 이하로 제한될 예정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왔다.

판매사의 상품군이 특정 운용사에 몰리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자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게 된다. 또한 실력이 있어도 계열사라는 끈이 없는 운용사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결국 균형 잡힌 금융자산배분과 건전한 시장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판매사도 특정운용사의 펀드를 집중 판매하게 되면 자체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바로 '쏠림'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쏠림으로 점철된 길을 걸어왔다. 외환위기 당시 일부 대형 증권사는 부실한 그룹계열 채권이 편입된 수익증권의 판매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대표적인 예가 대우채 사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불어 닥친 묻지마식 펀드투자 열풍은 짧은 기간 동안 특정 펀드에 수조 원이 몰리는 진풍경을 낳았다.

어디 이뿐만이겠는가. 자문형 랩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7공주’, ‘차화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열풍을 일으켰던 자문형 랩어카운트도 그 쏠림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정도 시행착오면 충분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서 계열사 판매 비중 제한이라는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펀드판매시장을 건강한 체질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픈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업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판매사는 좋은 운용사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판매사는 수탁고나 운용성과, 재무제표 등 정량 기준만으로 운용사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운용사의 철학과 원칙 같은 정성평가는 정량평가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운용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0년 이상 총괄운용책임자(CIO)가 몇 명이나 바뀌었는지,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운용사의 펀드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와 같은 지표는 좋은 운용사를 고르는데 매우 의미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한편 운용사는 계열 판매사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단기간에 양적으로 성장한들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철학과 원칙을 꾸준히 유지해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보여준다면 고객은 저절로 모이게 돼 있다. 투자자는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노력이 중요하다. 여러 판매사를 돌아다니며 많은 판매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라. 믿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운용사는 어디인지, 내게 적합한 펀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판매사는 어딘지 잘 판단해야 한다.

50% 계열사 판매 비중 제한은 펀드판매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책은 아니다. 회복은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건강한 체질로 바뀌기 위해 판매사, 운용사, 투자자 모두의 진지한 노력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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