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서민금융] 서민금융 지원 용두사미 되나

입력 2012-11-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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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대출 자격 무늬만 서민용…기준금리 내려가도 꿈쩍않는 고금리

이명박(MB)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서민금융 4종 세트(미소금융·바꿔드림론·햇살론·새희망홀씨)가 정권 말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있다.

지원 실적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서민들에게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는 서민을 위한다는 당초의 구호에도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또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정부 재원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마이크로 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을 표방하며 가장 먼저 서민들에게 선보인 미소금융이 대표적인 예다. 이 상품은 까다로운 대출자격 제한으로 서민들에게 미소를 주는데 실패했다. 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 이거나 금융기관 연체가 있는 경우 등 대부분이 서민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사항을 자격제한 조건으로 내걸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지난해 미소금융의 실적은 3107억원이었으나 올해 10월 말은 2271억에 그치면서 연말까지 목표금액 3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2월에 출시된 바꿔드림론은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신용회복기금의 100% 보증을 통해 8~12% 수준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 주는 상품이다. 출시 이후 2011년 4만6164건으로 전년(1만6569건)보다 무려 2배 이상 신청이 급증했지만 올해 실적은 5만2471건에 머물고 있다.

2010년 잇따라 내놓은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대출도 지원규모가 둔화되고 있다. 햇살론은 출시 해인 2010년 지원실적이 1조385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4835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더니 올 10월 기준 실적 역시 419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햇살론 문제는 서민들에게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을 통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가 없어 부실 위험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는 금융회사들이 상당수 있고 저금리 기조로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변동금리를 기본으로 하는 햇살론의 금리는 제자리 걸음이다.

기준금리가 3.25%였던 지난 6월과 2.75%까지 떨어진 11월에도 햇살론 금리는 7.64%로 동일하다. 지난해 6월 기준 은행권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7.53%(기준금리 3.25%)에서 기준금리 인하 후 9월 현재 6.94%를 기록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제멋대로인 연체이자율도 지적 대상이다. 신협중앙회는 30일 이하 연체시 6%, 32~90일 7%, 90일 초과 시 8%로 연체이자율 가이드라인을 정해놨지만 최대 25%까지 연체이자를 적용하는 등 조합들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은행 자체 재원을 통해 서민을 지원하는 새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 최상위등급(1∼2등급)에 대한 대출액(1461억원)이 최하위등급(9∼10등급)보다 2.4배 많은 것으로 드러나며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한 상품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무색해졌다.

1000억원 이상 대출은행 가운데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최상위등급의 대출이 3배 이상 높았으며 하나은행과 SC은행은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체자에 대한 대출이 차단되는 점도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만드는데 한몫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연체고객수는 71만7924명으로 이중 99.9%는 8∼10등급이다. 서민금융 지원이 절실한 서민계층을 외면한 셈이다.

서민금융 4종 상품의 가파른 연체율 상승은 서민 대출자의 자산 부실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는다. 특히 햇살론의 경우 출시 당시 0.03%에 불과했던 대위변제율(대출자가 갚지 못해 대신 갚아주는 것)이 올 9월 말 기준 9.6%까지 치솟으며 대출자의 도덕적해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소금융은 지난 2010년 1.6%에 머물던 연체율이 올 9월 말 5.2%로, 새희망홀씨의 연체율은 지난해 6월 1.2%에서 2.6%로 급등했다.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의 경우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대출인 만큼 대출자의 도덕적해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바꿔드림론은 2010년 말 5.1%에서 8.5%까지 대위변제율이 치솟으며 10명 중 8명은 빚을 갚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을 내놓으며 서민금융 지원을 금융시장의 화두로 정착시킨 점은 MB정부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민층의 자격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의 특성상 연체율이 늘고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햇살론의 취급을 점차 제한해 나간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시중은행권의 새희망홀씨와 같이 영업이익의 10%까지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면 서민금융 지원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덮어놓고 서민금융 지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금융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은행과 대출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다 엄격한 원리금 상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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